<집으로 가는 길> 다큐리뷰
동일본대지진으로 일어난 쓰나미가 마을을 덮쳤다. 남편 야스오는 은행에 근무 중이던 아내 유코가 연락은 안 되었지만 근처 고지대로 잘 피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은행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근처 바다 어딘가 아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남편은 매일 다이버 장비를 메고 아내를 찾아 잠수한다.
2017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집으로 가는 길>은 동일본대지진으로 잃은 아내를 계속해서 찾고 있는 남편의 이야기이다.
이 다큐는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와 진술로 이루어진다. 대지진 이후 덮친 쓰나미로 잃은 아내에 대한 기억과 아내를 찾기 위한 과정들을 남편은 담담하게 인터뷰한다. 자칫 단순하고 루즈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이 다큐는 다채롭게 풀어낸다.
그림, 애니메이션, 시각화, 음향, 음악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했다.
동일본대지진 과정을 시각화한 씬에서 부정맥처럼 울리던 효과음은 이후 쓰나미 현장의 사진들과 리듬이 겹치며 참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내에 대한 기억을 진술하는 남편의 표정은 담담해서 더 먹먹하다
아내가 나타나는 꿈을 말하는 남편의 기억엔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곁에 있는 그녀가 아내임은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얘기는 떠나보내지 못한 마음의 공백이 전달되는 듯하다.
이 곳 바다 어딘가엔 아내가 있을 것 같다고 잠수복을 입고 바다를 유영하는 남편의 모습은, 물속에서 울리는 음향만큼이나 먹먹하다. 하염없이 찾아 헤매는 뿌연 바다는 그의 반려자를 안고 침묵하고 있다.
가까스로 찾아낸 아내의 핸드폰엔 미처 보내지 못한 문자가 남아 있었다. "해일이 대단하네"라고 마치 별 일 아닌 듯이 쓰다만 메시지는 그때의 재해가 미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할 만큼 찰나에 덮쳤음을 보여준다.
아내가 근무하던 은행이 고지대로 직원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옥상으로 대피시킨 탓에 대부분이 쓰나미에 희생자가 된 책임 소재에 대한 소송도 그가 아내를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종심에서 패소하지만 그는 그 소송으로 인해 재난대책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에 헛된 수고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재난이 한 남자의 인생의 절반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이어가는 이 다큐는 결코 절망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