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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r 06. 2020

각국 항공사들이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는 자세

알래스카 항공부터 에어 아시아까지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 글로벌화되면서 세계 항공업계는 즉각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많은 나라가 여행 제한을 실시하면서 수많은 항공 노선이 취소되고, 사람이 밀집할 수밖에 없는 항공 여행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와중에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앞장서는 항공사들이 특히 돋보인다. 반면, 이 난국을 이윤 극대화에 이용한다며 눈총을 사는 항공사도 있다. 여행 트렌드를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니, 두 갈래의 움직임을 보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원래 다음 주 방송에 소개하려다가, 지금 어려움을 겪는 국내 업계에도 시급히 참고가 되길 바라며 빠르게 소개한다. 




타이항공의 기내 청소 영상.


기내 안전 영상? 지금은 기내 '청소' 영상이 대세!

항공사들이 기내 안전 비디오를 통해 다양한 마케팅 성과를 거둔 사례는 이미 수 차례 포스팅했고, (대한항공이 안전 영상에 케이팝을 도입한 이유) 앞으로 출간할 책에도 자세히 소개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항공 여행의 즐거움이 아니라 '안전함'을 홍보해야 할 타이밍인 것이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항공사는 태국의 국적기인 타이항공이다. 지난 2월 5일 타이항공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2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비행기를 청소하고 소독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 때는 코로나 사태 초기였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빠른 대처였던 셈이다. 타이항공의 자회사 LCC인 녹 항공(Nok Air) 역시 다른 항공사보다 빠른 3월 1일에 클리닝 비디오를 공개했다. 


이후 카타르 항공이 3월 3일에 올린 기내 청소 영상 역시 클리닝 과정을 2분 가량의 영상으로 담았고, 영상의 느낌은 타이항공과 유사하다. 




알래스카 항공의 기내 청소 영상.


알래스카 항공은 3월 4일에 좀 더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한 기내 청소 영상과 블로그 포스트를 공개했다. 단순히 청소 과정을 공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항공기 운영 책임자를 인터뷰한 영상을 통해 좀 더 책임감을 더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블로그에는 우리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공항이나 전용 라운지와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등을 거의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당장 항공사의 떨어진 매출을 올려줄 수는 없어도, 고객은 어려운 시기에 항공사가 기울인 노력을 통해 브랜드의 신뢰도를 재정립하게 될 것이다. 


사례 수집을 하면서 국내 항공사들 유튜브 계정도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아직 청소 영상을 올린 곳은 없지만 색다른 케이스가 눈에 띄었다. 제주항공이 시각장애자 고객을 위해 승무원들 참여로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마케팅이 정교화된다면 브랜드 이미지의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국내 항공사나 여행사, 여행 서비스가 고객 대상 콘텐츠를 만들 때 회사 소개나 여행지 콘텐츠 등 예전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여행 콘텐츠는 여행지(destination)보다는 여행의 본질이나 목적, 테마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여행 콘텐츠의 깊이나 방향 자체가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라고 본다. 이 부분은 좋은 사례가 있어서, 조만간 따로 포스팅할 예정.





단돈 14만 원에 1년 무제한 항공 탑승권? 

한편 이 와중에, 매출 극대화에 도전(?)하는 항공사가 있다. 바로 에어 아시아다. 정확히는 에어 아시아의 자매 회사인 에어 아시아 X가 2월 29일부터 딱 7일간 판매하는 '언리미티드 패스'가 그것이다. 499링깃, 한화로 14만 원이면 에어 아시아 X의 취항지를 2021년 3월까지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혜택! 

물론 무제한 탑승권이 새로운 마케팅 방식은 아니다. 국내 LCC인 에어 서울도 '민트 패스'라는 정액제 탑승권을 판매했다. 문제는 에어 아시아 X가 long-haul, 장거리 노선에 중점을 둔 항공사라는 것이다. '14만 원에 시드니와 하와이까지 갈 수 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아참, 이 패스는 말레이시아 거주자만 구매 권한이 있다. 즉 한국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프로모션이라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말레이시아 매체인 포커스 엠은 이 패스에 많은 꼼수가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여파로 사실상 노선이 중지할 위험이 있는 한국이나 일본, 중국 노선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이미 패스가 출시될 때부터 '무제한 코로나 패스(...)'냐며 욕을 먹었다. 제한 사항도 많다. 4시간 이하 단거리 노선은 포함되지 않으며, 2020년 5~12월까지 매달 껴 있는 공휴일과 7말 8초 성수기는 예약이 안된다. 말레이시아 자유여행자(FIT)의 대다수가 '가족' 여행자여서, 사람 수대로 패스를 사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당연히 매 예약마다 각종 세금은 따로 결제해야 한다. 


포커스 엠은 항공사가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내놓은 딜로, 회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이득이 된다는 익명의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특히 단거리 위주의 에어 아시아에 비해, 에어 아시아 X는 코로나 사태에 더 큰 타격을 입는 장거리 항공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이 패스는 어려운 시기에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며 내놓은 프로모션이지만, 시의 적절한 마케팅이냐는 점에서는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2월 초 에어 아시아의 대표인 토니 페르난데스가 에어버스로부터 약 6백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경영에서 물러났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에 나온 프로모션이니, 더더욱 사람들의 시선이 달가울 리가 없다. 이 사태가 지나고 나면, 에어 아시아는 고객에게 '좋은 항공사'로 각인될 수 있을까? 



2020년 3월, 전자책 리포트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 1'가 출간되었습니다. 5개월간의 팟캐스트 정보를 한 권에서 만나보세요.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트렌드 분석가. 세계의 호텔과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책 <여행의 미래(4월)>,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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