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Apr 27. 2020

에어비앤비의 변화로 본,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여행

여행은 어떤 모습으로 다시 시작될까?

코로나 19로 항공과 호텔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여행 산업은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전 세계가 완벽한 여행 인프라를 갖춘 현 상태에서, 여행 소비에 대한 욕구가 '변화'할 수는 있어도 거대한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4월 21일 출간한 저서 '여행의 미래'를 크게 첨언하지 않고 낸 이유는, 거대한 흐름에서 잔 가지가 새롭게 뻗어나갈 순 있어도 큰 줄기의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항공이나 호텔같은 전통적 산업과는 다른 차원의, 거의 '존립'의 위기에 놓인 산업은 따로 있다. 공유경제 열풍을 이끌며 올해 기업 상장까지 앞두고 있었던 에어비앤비다.

물론 에어비앤비가 위기라며 당장 망할 것처럼 떠드는 한쪽 면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셧다운이 먼저 끝난 중국에서는 이미 에어비앤비의 예약율이 회복되고 있다는 로이터의 보도도 있다. 상하이와 광저우를 포함한 10대 도시의 4월 3주차 예약율은 1달 전보다 80 % 가량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두어 달 간 에어비앤비에게 일어난 일련의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가까운 여행업의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다.




4월 25일 Skift 대표 라파엣 알리와 화상 인터뷰 중인 브라이언 체스키(왼쪽).


코로나 19 이후 위기에 처한 에어비앤비, 왜?

금융 위기라는 불황을 발판으로 성공한 에어비앤비가, 왜 전염병과 같은 일시적인 불황에는 이토록 취약한 산업이 된 걸까? 지난 토요일(4월 25일) 에어비앤비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스키프트와의 원격 인터뷰에서 뜬금없이 자기 고백을 털어놓는다.


"나는 원래 부동산 사업을 하려던 게 아니었고, 심지어 여행 회사를 하려던 것도 아니다" (응??)



2016년 메인 화면


그저 호텔의 저렴한 대안을 제공하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는 브라이언의 말은, 결과론처럼 들린다. 에어비앤비는 호텔업계의 파이를 빠르게 가져간 이후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경험 예약으로 사업을 확장해 Get your Guide 같은 투어 회사와도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전형적인 여행 회사의 전철을 밟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의 에어비앤비는 누가 봐도 여행 회사, 정확히는 살아보는 여행의 환상을 팔아서 부자가 된 회사다. 광고 카피에서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고 여행을 정의 내린 회사 아니었나? 단지 전통적인 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호텔도 여행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거나 소유하지 않은, '중개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렌트 투 렌트, 즉 대출로 집을 빌려 단기 임대로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고가의 온라인 강의가 성행했다.


임대업자로 지탱해온 에어비앤비의 민낯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존재해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소비자가 줄어든 외부적 위기보다, 생산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내부적인 위기에서 이 산업이 가진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에어비앤비는 정말 부동산 회사가 아닌 걸까? 4월 4일 가디언은 에어비앤비의 위기를 보도하면서, 영국의 수많은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담보대출로 주택을 장기 임대해 단기 숙박 대여로 돈을 벌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런던의 한 호스트는 1명이 무려 881채의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에어비앤비가 5월 31일 내 예약에 100% 환불 정책을 발표하자, 호스트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일반 부동산 임대시장으로 급매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호스트의 큰 이탈에 놀란 경영진은 부랴부랴 월급을 반납하고 호스트 구호기금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쌓여가는 담보대출을 갚아야 하는 호스트에게 취소 비용의 25%를 보전해준다는 조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대거 유입된 실직자를 생산자(호스트)'로 흡수하며 성장한 에어비앤비는, 그 생산자를 잃음으로써 위기에 봉착했다.




발리의 코 리빙 하우스 @ Roam


여행, 호황을 지나 '재분배(redistribution)'의 시대로

브라이언은 지난 주말 인터뷰에서 '에어비앤비는 여행업의 호황이 끝나고 여행의 재분배가 시작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이미 적응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거주지에서 일하는 비즈니스 여행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여행을 원할 것이며, 소도시나 지역 사회로의 여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장기 체류의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코로나 이전 예약의 15%가 30일 이상 장기체류자였다며, 코로나 이후 장기 체류 예약이 전체의 5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에어비앤비는 회사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사회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체류자를 타깃으로 하는 회사가 될 것이며, 더 이상 기존의 여행 회사로 분류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브라이언이 지향하는 에어비앤비의 미래를 들으면서, 나는 한 서비스가 불현듯 떠올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15년에 설립된 롬(Roam.co)이다. 이들은 "전 세계에 당신의 집을 가져보세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롬이 에어비앤비와 다른 점은, 그들의 부동산을 자체적으로 통제하고 운영한다는 점이다.



Roam.co의 소개 영상. 자신들의 정체성을 '주거의 미래'라고 소개한다.


여행, 공유경제에서 구독 경제로?

롬은 공유경제보다 구독 경제에 가깝다. 코리빙과 코워킹이 결합된 공간을 월정액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월 200만 원 정도를 내면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런던, 발리, 도쿄에 있는 롬의 시설을 옮겨 다니면서 거주 및 업무를 할 수 있는 다거점 주거 서비스다. 최근 일본에도 이와 유사한 업체가 여러 개 생겨났고, 지난 3월 방송에서 이를 자세히 소개한 적이 있다. (팟캐스트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 3월 1주차 방송 참조)


론칭 초반에 큰 주목을 받았던 롬은, 어떻게 됐을까?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는 평이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2020년 1월 29일 자 기사에서 '코리빙의 붐은 위기에 직면했다'라고 보도했다. 롬에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발리의 롬이 실패한 원인으로 '단기 체류자를 받기 시작하면서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못한 것'과 가성비 떨어지는 시설을 지적했다. 트립 어드바이저에는 발리의 롬에 대한 악평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느려터진 와이파이, 20명이 함께 쓰기엔 비좁은 부엌, 롬의 1/4 가격이면 10배나 좋은 숙소 구할 수 있음' 같은 리뷰를 보고, 선뜻 월 200만 원을 낼 사람이 있을까?


롬 외에도 발리의 코리빙 시설 대다수가 장기체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성을 메꾸려고 단기 여행자를 받게 된다. 해당 시설을 다시 찾은 디지털 노마드들은 '이 구역의 물이 바뀌었다'는 것을 감지하면 그곳을 떠나버린다. 다거점 주거라는 아이디어는 정말 훌륭하지만, 이를 사업으로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에어비앤비가 장기체류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면 이러한 사업모델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넘어서야 한다. 또는 이 틈을 타고 혁신적인 신생 업체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지난주에 출간한 책 '여행의 미래'에서 내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여행을 과거의 여행업 범주에서 설명하거나 판매하려고 하면 큰 낭패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 소비 심리는 장기적으로는 계속 커지고 진화할 것이다. 단지 그 방향이 기존의 여행업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산발적으로 뻗어 나가고 있어서, 누군가는 한 번쯤 이를 정리해 두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기존에는 여행이라 부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여행이 될 것이고, 이를 대비하는 자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위기 속에서 그 기회를 찾는 분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에서 지금 '여행의 미래'를 만나 보세요!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트렌드 분석가. 세계의 호텔과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등을 썼습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매거진의 이전글 책 '여행의 미래'를 출간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