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고리
- 엇.. 저기요 손님! 손님!
- 네?
- 이거 가져가셔야죠.
- 아 네.. 제가 깜박했네요. 감사합니다.
왠지 정신이 없는 하루였다. 하루종일 일에 치여서 죽을 맛인데 그놈의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모든 건 시간이 지나고 그때는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햇살이 비추고 낡은 까마귀가 지져대더니 고양이와 한 판 싸우는 듯 보였다.
한껏 성난 고양이는 양껏 으스대더니 작은 풀숲으로 숨어버렸다.
예쁜 풀꽃을 보고는 잠시 생각에 기웃거리더니 나는 할머니의 부름에 차를 타고 간다.
끄트머리평행세계 1부
영차. 영차.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역시나 방해꾼은 존재하고 난 개의치 않고 열심히 뛰었다.
나에겐 친구가 있다. 아주 조그만 메뚜기. 메뚜기의 몸처럼 나 역시 작은 존재인 것 같았다.
우리 어머니는 나를 걱정해 주시고 항상 나의 할 일은 걱정을 덜 해주는 늘 열심히 사는 밝은 아이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다. 그것이 '나'이다. 나는 건강식을 챙기고 어머니는 건강한 음식을 대접해 준다.
아버지는 늘 근엄한 하루를 보내시지만 누구보다도 우리 가족을 사랑하신다.
집 안의 액자는 단색의 나비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우리 집엔 늘 풀꽃과 함께 한다.
걱정거리가 늘어가는 저녁밥 상에는 나의 편을 들어주는 아버지의 큰 역할이 가장 설레는 시간이다.
역시 고민거리의 해결법은 어른이 허락해 줄 때이지 않을까 싶다.
날이 저물고 매미가 우는 소리에 창문에서 들려오는 정다운 대화가 오가고 오늘도 역시 창문이 말썽이다.
이른 아침, 나는 옷을 꺼내어 골라보고 수많은 고민 끝에 파란 원피스를 챙겨 입고 나갈 채비를 한다.
역시 오늘도 부모님은 나를 걱정해 주신다. 역시나 안전하게 오기를 희망하며 열정을 가득 담고 하루를 시작한다.
삐그덕. 삐그덕. 감탄이 절로 나오는 우리 집의 뒤뜰에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주 큰 벌레가 날 위협해도 난 주저 않고 맘껏 내쳐버린다.
나보다 가장 큰 건 나를 옥죄어오는 장비들이지만 열심히 춤을 추며 즐기려 한다.
그렇지만 진중해야 한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역시 어른은 대단한 존재 같다. 어린이의 마음을 어찌나 잘 아는지, 난 기댈 곳이 있어서 든든하다.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건 재미난 일이고 호기심을 불러오지만
내 일이 가장 중요하다. 수저와 포크는 늘 지니고 있어야 밥을 굶지 않듯이, 충분히 곡식을 저장해둬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어른의 힘을 얻을 때까지, 어른의 지혜로움을 깨달을 때까지 많이 배워둬야 한다.
굉장한 일을 볼 때는 늘 감탄하며 보지만 나도 역시 배워둬야 한다.
훌륭한 일을 볼 때는 박수를 쳐야 하고, 때가 되면 나도 그의 행동을 실천해야만 한다.
우리가 보고 배우는 것은 늘 신비하고 재미난 일인지 모른다.
끄트머리평행세계 2부
나는 그것을 보고 말았다. 하지만 겁이 나진 않았다. 이미 오래전에 한번 봤었다.
어쩌면 준비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늘 소문만 무성하던 이야기를 나는 현실로 보았으니 말이다.
놀랄 만도 한데 나는 개의치 않았다. 힘든 하루 속에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했었는지 나는 한숨을 쉬며
잠에 들었다. 나는 그것이 놀라지 않길 바란다. 나와 같은 인물이지만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그것도 열심히 사는 게 보였으니 말이다.
끄트머리평행세계 다른 존재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설레면서도 기뻤지만 내 마음은 왠지 뒤숭숭하고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번개가 치고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날, 어두운 경치를 보고 앉아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소소한 기쁨이 나를 미소 짓게도 만들지만 다시 내리치는 번개에 뒤숭숭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저렇게 작은 생물도 친구가 있는데 나는 여전히 외로웠다.
그런데 무소식은 희소식이었던가. 그것이 나와 말을 섞은 뒤로 나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괜히 마음이 쓰이고 그것을 지켜보는데 말도 제대로 걸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우리 부모님은 우리가 들킨 것이 아니냐며 호들갑을 떠시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사를 가야만 한다는 가족들에게 나의 속마음은 수프에 동동 뜨는 잎처럼 뒤숭숭했다.
대화도 한 번 못해보고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는 상황이 싫었다.
다시 한번 그것이 준 편지 한 장에 마음을 고쳐먹고 나갈 채비를 한다.
아주 조심히 조심히.. 두근거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아주 큰 용기를 내야만 했다. 그것에게 닿기 위해.
숨을 고르고 골라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어느샌가 나는 초록잎이 무성한 풀뜰에 도착했다.
무서운 까마귀가 짖어대니 헐레벌떡 자리를 옮겼다. 그랬더니 그것이 사는 집으로 도착했다.
아주 조용히 그가 말을 건네왔다. 나는 황급히 숨었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궁금한 점이 참 많지만 우리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잠깐 나눴을 뿐인데 이렇게나 긴장될 줄이야.
나는 한번 더 용기를 내야만 했다.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