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전기세를 아끼면서 에어컨을 쓸 수는 없을까?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여름이면 온 가족이 부채질을 하며 땀을 훔쳤고, 창문을 열고 모기장 너머로 간간이 들어오는 바람에 기대어 살았다. 초등학생 무렵, 드디어 우리 집에 에어컨이 들어왔다. 하얀색 벽걸이형이었고, 작동음이 조금 컸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에어컨이 있다고 해서 마음껏 틀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부모님은 늘 전기세 걱정을 하셨고, 우리는 정말 견딜 수 없을 때만 조심스레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 후 나는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이태원의 작은 옥탑방. 햇볕이 하루 종일 들이치는, 말 그대로 뜨거운 방이었다. 그곳엔 에어컨이 없었다. 무려 2년이나, 나는 그곳에서 에어컨 없이 여름을 버텼다. 덥긴 더웠다. 하지만 에어컨을 들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회초년생이었고, 돈이 없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데에 급급했던 그 시절엔 찬 바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선풍기만 틀어도 더위는 식힐만했으니까.
이제는 다르다. 거실과 방에 에어컨이 무려 두 개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밤새 틀어놓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선풍기를 켜고 잔다. 어쩌면 그 시절의 기억이, 땀 흘리며 버텼던 여름들이, 내 안에 묘하게 편한 온도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금, 나는 가끔 에어컨 없이 살던 그때를 떠올린다. 불편했지만 단단했고, 덥지만 견딜 수 있었던 시간들. 그래서인지 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 속에서도 그때 그 무더웠던 밤들이 가끔씩 생각난다.
에어컨 온도는 26~28도로 설정
그래서 전기세를 아끼면서 에어컨을 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에어컨 온도가 낮아질수록 더 많은 전기를 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냉방 온도를 1도 올릴 때마다 약 7~10%의 전기 절약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여름 실내 온도는 26~28도 사이. 요즘은 밖이 워낙 뜨거워서 26도도 충분히 시원하다.
선풍기를 함께 사용
에어컨에서 나온 찬 공기는 무거워서 아래로 가라앉는다.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면 차가운 공기를 순환시켜 방 안 전체가 빨리 시원해진다. 이렇게 하면 에어컨을 약풍으로 틀어도 시원함이 유지된다. 에너지절약 전문 기관 IEA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같이 쓰는 걸 권장하고 있다.
에어컨 바람 방향은 위로 설정하기
선풍기를 같이 쓰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공기의 성질상, 찬 공기는 아래로 가라앉고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 따라서 에어컨 바람을 위쪽으로 보내면 차가운 공기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면서 방 전체가 고르게 시원해진다.
문과 창문 꼭 닫기
찬 공기는 밖으로 나가고, 더운 공기는 안으로 들어오려는 성질이 있다. 문과 창문이 열려 있으면 냉기가 계속 빠져나가고 이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다. 특히 문틈 사이로 새는 공기는 에어컨 효율을 떨어뜨린다. 다이소에서 파는 문풍지를 붙이자.
햇빛은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막기
비가 태양을 피하고 싶다고 노래한 이유가 있다. 햇빛은 방 안 온도를 빠르게 올린다. 태양에서 오는 복사열은 유리창을 통과해 방 안 공기를 데운다. 한국에너지공단 조사에 따르면, 햇빛을 차단했을 때 냉방에 필요한 전력이 최대 15% 줄어든다고 한다.
에어컨 필터는 2주에 한 번 청소하기
에어컨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공기 흐름이 막혀서 냉방 효율이 떨어진다. 에너지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필터를 청소하면 에너지 사용을 5~1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필터 청소하는 법은 간단하다. 필터를 꺼내 간단히 물로 씻고 완전히 말린 후 다시 끼우면 된다. 참 쉽죠?
에어컨을 껐다 켜지 말고 계속 켜두기
에어컨은 처음 켤 때 가장 많은 전기를 쓴다. 반복해서 껐다 켜면 계속 초기 전력(시동 전력)이 소모되어 오히려 전기를 더 쓴다. 잠깐 외출하거나 낮잠을 잘 때는 약하게 틀어두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실외기 주변 정리하기
에어컨의 원리를 살펴보자. 여러 과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실내의 더운 공기를 빨아들여 실외기로 내보낸다는 것. 그래서 실외기에 먼지나 장애물이 있으면 열이 잘 빠지지 않아 에어컨이 과열되고 전기를 더 쓴다. 실외기 주위는 바람이 잘 통하게 두고 가능하면 햇빛도 가려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