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근이세요? 10만 원짜리를 3만 원에 가능할까요?
당근마켓 마니아다. 정확하게는 중고거래를 좋아한다. 심지어 꽤 오랫동안 해왔다. 중학교 때 갖고 싶었던 나이키 운동화를 중고로 샀던 게 시작이니, 거의 25년은 중고거래로 살림을 채우고 비워왔다. 옛날에는 네이버카페의 중고나라가 대세였는데... 몇 번 사기당한 이후로는 나이키매니아, 번개장터, 당근마켓, 후르츠 패밀리 등을 애용하고 있다.
사기도 많이 당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나. 22만 원짜리 나이키 에어맥스 98 건담을 보고 문자로 몇 마디 나눈 뒤 입금했는데, 판매자가 잠수를 탔다. 눈물을 머금고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경찰서에 가서 신고했다. 나쁜 놈... 결국 잡지는 못했다.
38살인가... 몇 년 전에는 티쏘 PRX 시계가 싸게 올라왔길래 내역도 확인하지 않고 입금했는데 그놈도 돈만 받고 날랐다. 이렇게 한 다섯 번 정도 사기를 당했는데, 아직까지는 물건 대신 벽돌을 받거나 한 적은 없다. 대부분 입금한 뒤로 잠수를 타는 수법에 당했다.
근데 어렸을 때부터 중고로 물건을 많이 사서 그런가.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까지는 새것보다는 중고 매물로 싸게 사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벌이가 나아지면 새 걸 살까 싶은데. 월급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근마켓 앱을 켜고 들어가서 물건을 둘러본다. 이 동네에 혹시 좋은 물건이 있을까 싶어서. 찜해 놓은 물건이 혹시 가격을 내렸나 싶어서 등 온갖 기대감을 품고 앱을 연다. 직거래를 위해 약속을 잡고 그곳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당근만의 묘한 마력이 있다. 문득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게 좋아서 중고거래를 할까? 아래의 당근마켓 매너 온도를 올리는 방법은 재미로 가볍게 썼다.
당근마켓 매너 온도는?
당근마켓을 처음 깔면 첫 온도는 36.5도에서 시작한다. 사람의 기초 체온과 같다. 상대방과의 대화, 신뢰도 등을 나타내는 숫자로 최대 99도까지 올릴 수 있다. 점수가 올라갈 때마다 보이는 이모티콘이 달라진다. 온도가 높다고 해서 당근마켓에서 직접적인 혜택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거래할 때 판매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매너온도 99도가 제일 많이 있는 지역은 어딜까? 서울 강남구, 서울 송파구, 성남시 분당구 순이다.
매너평가 잘 받기
거래가 끝나면 서로 평가를 할 수 있다. 상대방이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는지 응답이 빨랐는지, 물건의 상태는 좋았는지 등에 따라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좋은 평가를 받을수록 점수는 올라간다. 물론 본인도 후기를 작성해야 좋다.
답장은 빨리
이성과의 카톡도, 당근마켓 대화도 답장은 빠를수록 좋다.
판매보다는 구매할 때
매너 온도가 더 많이 올라간다.
설명을 꼼꼼하게
구매자가 궁금할 정보를 자세하게 적는다. 옷의 경우 사이즈, 색상, 원단, 총장길이, 사이즈 등을 적고 사진까지 첨부한다. 그리고 제품 상태를 솔직하게 밝히는 게 좋다. 설명을 명확하게 써놓으면 후에 거래를 취소하거나 물건을 받고 반품하거나 악평을 남기는 일이 확연하게 줄어든다.
무료 나눔
집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당근에 내놓은 적이 있을 거다. 얼마라도 벌고자 3000원, 5000원에 내놓으면 며칠째 팔리지 않고 곤란한 상황이 된다. 차라리 무료로 나눔 하는 게 훨씬 빨리 처분할 수 있고 온도도 빨리 올라간다.
네고
깎아달라면 깎아주고 단순 변심에 반품도 해주면 매너 온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사실상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돈은 새 돈으로
직거래의 묘미는 바로 현찰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계좌이체나 당근페이로 결제하면 훨씬 빠르고 간단하지만 뭔가 ‘팔았다’는 느낌은 조금 덜하다. 빳빳한 새 돈이 주는 작은 행복이 있다.
정성스러운 포장
다이소에 가면 지퍼백이나 포장지, 종이 완충재 등을 살 수 있다. 마치 새 제품처럼 꼼꼼하게 포장해서 거래하면 거래 후기는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간식
판매할 물건을 쇼핑백에 넣고 라면이나 초콜릿, 과자 등 군것질거리를 같이 채워서 준다. 쇼핑백에 향수까지 뿌리면 금상첨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런 훈훈한 정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는 법이다.
편지
‘멀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뭘 좀 더 넣었는데 좋아하실지 모르겠어요’ 등의 손 편지까지 넣어주면 감동은 더 커진다.
+@
거래하는 물건에 다른 물품까지 덤으로 준다. 한 후기에 따르면 선풍기를 구매했는데 밥솥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