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를 넘어 성장을 향해 가려면

22. 린더 - 「같이 화성으로 갈까요?」(53매)

by 달리

인상적인 도입부에 비해 뒤로 갈수록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화성으로의 이주 및 정착이 완료된 시점의 지구를 배경으로 합니다. 화성인들은 젊은 연구 인력을 지구에 임시로 파견했는데 '김유진'도 그중 한 명입니다. 김유진의 친구 '최지수'는 지구인이고요. 이 세계에는 고루한 '지구근본주의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화성으로 건너간 인간들과 그 후손을 혐오하죠. 특히 '마스 키드'라 불리는 화성 3세대가 지구의 아이들을 망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지수는 엄격한 지구근본주의자 부모 아래서 자랐지만 기질적으로는 부모보다 친구 김유진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이 이야기를 미시적 층위의 세대론으로 보이게끔 하는 요인 중 하나죠.


어느 날 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중 지수는 유진이 보낸 쪽지를 받습니다. 쪽지에는 '같이 화성으로 가자.'고 적혀 있죠. 지구근본주의자 집안에서 나고 자란 지수에게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이지만, 그런 현실적인 제약도 미지의 세계를 향한 지수의 호기심을 가로막지는 못합니다. 지수는 교수의 강의를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쪽지 속 '화성'이라는 글자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혼자 되뇌어 봅니다. 그러다 유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나가버리자 지수도 따라나서죠. 둘은 한껏 들떠서 놀러 가려고 하지만 유진에게는 깜빡했던 다른 일정이 있었습니다. 결국 혼자 집으로 돌아온 지수는 화성인과 어울리느라 수업을 빼먹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매를 맞게 됩니다. 지구근본주의자 따위 다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지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놀라며 서둘러 마음을 추스릅니다. 화성인과 어울리다 정말 이상해져 버린 건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기까지 하죠.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겪는 전형적인 징후입니다.


여기까지 봤을 때, 지구는 환경만 열악해진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도 낡았고 사고방식도 왜소하기 그지없죠. 이 이야기가 행성 개척에 성공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현시점의 한국 사회를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래서예요. 앞서 언급한 세대론과 가정 내 정서적 학대도 모두 그런 맥락에서 의미를 갖죠. 문제는 이 이야기가 이런 주제들을 모두 담아내기엔 매우 협소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부모의 학대를 피해 달아나는 미성년의 이야기란 말이에요. 성장 서사, 독립 서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현재로서 지수는 당면한 위협으로부터 수동적으로 구출되는 일 외에는 다른 사회적 함의를 지닐 수가 없는 인물입니다. 게다가 이 인물이 왜 이렇게까지 소극적으로 묘사되는지도 아직은 납득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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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같이 화성으로 갈까요?」

리뷰 - 「도피를 넘어 성장을 향해 가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