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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Aug 30. 2021

이주 프로젝트, 혹은 납치 사기극

29. 원더wonder - 「이중나선 구조의 세계」(536매, 연재중)

종말을 앞둔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정교한 SF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다중 우주 이론에 기반하고 있고요. 주인공은 비운의 대학원생 '요나'입니다. 리뷰를 쓰는 시점에 저는 25화(이주 - 새로운 시작 2편)까지 읽었는데, 지금까지는 요나의 비중이 굉장히 크네요. 그런데 여기에서 오는 꽤 큰 문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지도 교수의 지시로 임박한 종말의 원인인 블랙홀을 연구하던 요나는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는 스스로를 '절대자'라 칭하죠. 남자의 말에 따르면 절대자는 다른 모든 다중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들의 이데아이자 단 하나의 원본입니다. 요나를 포함한 다른 '나'들은 모두 원본의 복제품이나 모사품에 불과하죠. 설명을 듣고 난 요나는 잠시 혼란스러워하지만 곧 이 상황 전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결심합니다. 다중 우주를 넘나드는 방법을 이용하여 종말의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는 데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기로 한 것이죠.


절대자의 안내를 따라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요나는 그 세계의 의장인 '리'를 만나 종말의 해법을 찾아냅니다. (리는 요나와 마찬가지로 절대자의 또 하나의 사본입니다. 절대자와 리, 요나의 삼자대면은 같은 얼굴을 한 세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그 해법이란 요나가 속한 세계의 수십억 명에 달하는 인류를 모두 리의 세계로 이주시키는 겁니다. 리는 이주민들을 자기 세계의 금성과 화성 테라포밍 사업에 노동자로 투입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주를 허락하죠. 협상을 마친 요나는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와 지도 교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 일을 미리 알고 있었던 교수는 요나를 지구 연합 정부의 수뇌부에게 데려가죠.


요나의 브리핑을 들은 연합 정부 이사회는 짧은 검토 끝에 이주 결정을 내립니다. 한 달 동안 차원 이동을 위한 포털 생성기 10대를 대륙 각지에 설치하여 한 번에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이죠.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있습니다. 이 계획을 모든 지구인에게 납득시킬 방법이 없는 거예요. 누군가는 정부의 계획에 반기를 들거나 선택권을 달라고 하겠죠. 결국 연합 정부는 사태의 진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로 일을 감행하기로 합니다. 전 이게 좀 의아해요. 요나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다 데려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느낌이에요.


* 소설과 리뷰 전문은 아래 링크를 이용해주세요.



소설 - 「이중나선 구조의 세계」

리뷰 - 「이주 프로젝트, 혹은 납치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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