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나는 어린 날의 기억
초등학교 때, 꽤 자주
길을 걸을 땐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었다
어느 날 (14살 때였나)
콧물이 흘러 손으로 훔쳤는데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내 손을 잡으셨다
순간 아버지의 손을 뿌리쳤는데,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내 손을 잡기 어려워하신 것 같다
사춘기 때문이 아니라
콧물이 아버지 손에 묻을까 그랬는데
그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건
사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그때 어떤 기분이셨을까
가끔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아직도 그날을 꺼내지 못하는 나는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듯하다
최근에 아버지의 손을 맞잡은 일이 있었습니다. 언제 잡아봤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만이었습니다. 어렸을 땐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녔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손을 안 잡기 시작했을까요. 그러다 문득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한 번 떠오른 그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자꾸만 마음에 남아, 결국 이렇게 시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시라는 것은 개인적이고 솔직할수록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개인적이고 솔직한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께도 이 시를 보여드릴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