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은 언제 정확한 표현이 되는가

[글쓰기 교실] #14. 어휘력 키우기

by NOPA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매력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확실해야 합니다. 먼저 무엇을 말하려는지가 확실해야 하고 두 번째로 그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확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 확실해야 합니다.


주제, 어휘, 구성, 이 세 가지가 확실하면 독자들을 휘감을 수 있는 매력적인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두 번째인, 어휘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글감이 없어서 못쓰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쓸 게 없어서 글을 못 쓰겠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하지만 글쓰기 수업을 하다보면 문제는 글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조금만 주변을 관찰해도 아주 사소한 소재를 가지고도 A4 한바닥은 금방 채울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오늘 먹은 맛있는 곶감'이라는 소소한 사건을 이야기할 때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분으로, 누가 가지고 온 곶감을, 어떻게 먹었는지, 세세하게 관찰하여 표현하면 마치 읽는 사람이 그 곶감을 먹는 것 같은, 생생한 한 편의 에세이를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휘입니다. 세세하게 관찰해도 그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갖고 있지 않으면 글은 이런 식으로 납작해집니다.



오늘 수업 시간에
누가 곶감을 갖고 왔는데,
엄청 맛있었다.


여기에 좀 더 살을 덧붙여달라고 하면 이렇게 씁니다.



오늘 수업 시간에
누가 곶감을 갖고 왔는데,
엄청 맛있었다.
그렇게 맛있는 곶감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



'태어나서 처음이다'의 의미

'~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는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또 흔히 사용하기도 하는 표현입니다. 사실 저도 말할 때는 종종 사용하는 표현이긴 한데, 만일 글을 쓸 때도 이 표현을 사용하신다면 지금부터 어휘력을 기르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글에도 이 말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정확히 표현할 어휘를 갖고있지 못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웃긴 영화는 태어나서 처음이야.
그렇게 짜증나는 인간은 보다보다 처음이야.
너처럼 예쁜 애는 태어나서 처음 봤어


'태어나서 처음이다'는 이렇게 많은 상황을 한 마디 안에 가둘 수 있는 만능표현입니다. 달리 설명하자면, 내가 느낀 특별한 감정에 대해 아무런 개성을 부여하지 못하는 죽은 표현이라는 뜻입니다.


어휘가 빈곤하면 삶이 무미건조해집니다.

인간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만큼만 감각하고 이해한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자신을 강렬하게 휘감은 순간을 이런 빈곤한 어휘로밖에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 빛나는 순간은 다른 무미건조한 시간들과 함께 아코디언이 우그러지듯 납작하게 변해버릴 것입니다. 그저 하나의 과거로서 빛을 잃고 기억 저편으로 빠르게 사라질 것입니다.


때문에 그 인상적인 순간에 내가 느낀 감정, 함께 있던 사람들의 얼굴, 그때의 공간과 분위기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다면 인생의 대부분의 순간들이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자극이 있는 순간에만 반응하는, 함석판처럼 얇은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삶을 깊고 풍요롭게 감각하기 위해서 일상의 짧은 순간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휘력을 키워야 합니다.


습관적인 욕설도 어휘력이 빈곤한 탓입니다.

무엇보다 어휘가 풍부하지 못하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전달할 언어를 찾지 못해 아예 말을 안 하거나, 아니면 그 공백을 욕으로 메꾸게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욕이 아니면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말을 늘어놓아 굉장히 불쾌했다'라는 사소한 상황을 전할 때에도 이런 식으로 거칠고 사납게 표현하게 됩니다.


걔가 막 사람 기분을 막 들쑤시는데,
ㅆㅂ 기분이 아주 더럽더라니깐!


자신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할 어휘를 찾지 못해서 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정확한 어휘를 갖지 못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씨발은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됩니다

전에 일하던 방송국에서도 조금만 심기에 거슬리면 한낮의 사무실에서도 보란 듯이 씨발을 남발하는 피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씨발은 굉장히 강력한 단어입니다. 맞지 않는 순간에, 너무 잦은 빈도로 사용하게 되면, 말의 효과가 희석되어 버립니다. 오히려 말하는 사람을 우습게 만들어버립니다.


그 피디도 아마 조연출과 스텝들이 자신을 무서워하길 바라면서 씨발을 입에 올렸겠으나, 너무 잦은 사용으로 인해 그냥 입만 더러운 놈이 되고 말았습니다. 누구도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씨발은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이렇게 강력한 단어는 결정적인 순간에, 극히 최소한의 빈도로 사용해야, 표현하는 사람이 의도한 효과가 온전하게 발휘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시간에는 이런 욕설은 언제 정확한 표현이 될 수 있는지, 어휘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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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2981378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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