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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Jun 10. 2019

알바 알토의 실수! 다리 세 개에 숨겨진 불편함

왜 Stool 60이 아닌 Stool E60만 복제할까? by TJi

제목 배경 사진 출처: https://www.artek.fi/en/products/stool-60



알바 알토의 Stool 60과 Stool E60


알바 알토가 1933년에 디자인한 Stool 60은 겹쳐 쌓을 수 있다는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의자이지만, 때로는 다양한 용도의 작은 테이블로 사용되기도 한다.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Stool 60은 80주년이었던 2013년까지 약 팔백만 개[1]가 팔렸다고 한다. Stool 60은 자작나무를 구부려 만든 L-leg가 적용된 첫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L-leg는 하중을 버티기 위한 의자 다리의 숙련된 목수의 수작업을 대체할 만큼 견고하지만 작업이 용이해서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만든 혁신적인 디자인이다.


다리가 세 개인 Stool 60에 이어 사촌 격인 다리가 네 개인 Stool E60은 1934년에 디자인되었다. 은은한 멋을 가진 Stool 60과 Stool E60은 눈에 확 띄진 않지만, 이케아를 비롯한 많은 가구회사들이 Stool E60의 복제품[2]을 판매하고 있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의자이기도 하다. 알바 알토의 디자인대로 만들어지는 Artek의 Stool 60과 Stool E60은 다른 복제품보다는 다리와 상판이 굵직해서 선명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좌: 겹쳐쌓아놓은 Stool 60, 우: Stool E60과 L-leg Collection [3]




생활 속에서 만난 Stool 60과 Stool E60


전 직장에서 알게 된 네덜란드 친구 R의 집에는 디자이너 커플의 집답게 디자인 의자와 소파가 자연스럽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TJi와 M도 나름 디자이너 커플이라 할 수 있는데, 유명한 디자인 의자는 하나도 없다. 혹시라도 나는 왜 없을까 고민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Eames Plastic Side Chair DSW[4] 몇 개와 Stool 60과 Stool E60 몇 개, 그리고 네덜란드 디자이너 Martin Visser의 BR 02 sofa bed[5]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Eames Plastic Side Chair DSW도 복제품이 널리 팔리고 있어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의자다. Martin Visser의 BR 02 sofa bed는 TJi가 가구 디자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에 몰랐는데 R 덕에 알게 되었다.


R의 집을 방문한 어느 날 Stool 60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TJi에게 R은 Stool 60에 앉을 거면 조심하라 충고했다. R은 알바 알토의 디자인 의자 진품을 구매하는데 이왕이면 최초의 디자인인 Stool 60을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Stool E60이 아닌 Stool 60을 샀다. 그런데 다리가 세 개인 Stool 60은 앉아 있는 사람의 무게 중심이 잘못 실리면 의자와 함께 사람이 넘어갔다. 그래서 바로 Stool E60이 나온 것이라고 추측했다. 의자의 친절하지 않은 가격 때문에 한 번에 원하는 개수만큼 구매하지 않은 R은 다행히도 후에 Stool E60을 샀다.


R 말고도 같은 경험을 한 또 다른 친구가 있었다. 핀란드에서 집을 처음 장만한 J는 Aalto Table rectangular와 함께 Stool 60과 Stool E60 몇 개를 집에 들여 알바 알토의 가구가 주는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아름다움으로 공간을 채우려 했던 것 같다. J 역시 친절하지 않은 가격 때문에 테이블은 중고(중고도 가격이 상당하다.)로 의자는 한 번에 하나씩 들였다. 그러다 다리 세 개의 비애를 느꼈고, 결국 Stool E60을 사게 되었다. J도 왜 다리 네 개짜리 Stool E60가 나왔는지 이해가 된다며 Stool 60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Charles & Ray Eames의 Eames Plastic Side Chair DSW (1950) [4]


Martin Visser의 BR 02 sofa bed (1960) [5]




Stool 60 비밀 아닌 비밀:

Artek의 Stool 60에 앉으면 넘어질 수 있다. 


Artek의 Stool 60에 앉으면 넘어질 수 있다. 그런데 Stool 60을 보고, 앉았을 때 넘어질 것이라고 추측하기는 어렵다. 다리 세 개로도 충분히 균형이 유지될 것처럼 보인다. 앉을 때마다 넘어지는 것도 아니고 무게 중심을 잃게 되는 특정 조건이 충족돼야 넘어진다. 이러한 경험을 알바 알토는 디자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 마주친 의자답지 못한 경험을 만회하기 위해 알토는 Stool E60을 디자인한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분명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Artek은 왜 Stool 60을 80년 넘게 생산하고 있을까? 그리고 왜 사람들은 Stool 60을 살까?


다리 세 개가 주는 조형미를 포기할 수 없는 건가? 의자보다는 테이블로 더 많이 쓰여서 괜찮은 건가? 앉으면 넘어질 수 있다는 걸 알고도 사는 사람이 줄을 잇는가? 그런데 숨겨진 불안정함을 모르고 산 소비자들도 의자가 넘어진다는 불평을 하면서도 Stool 60을 버리지 않고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사용한다. 비싸니까 버리지 못하는 걸까? 넘어짐을 빌미로 Stool E60으로 교환을 요구할 수도 있을 법도 한데 그냥 추가로 Stool E60을 사는 듯하다. 


사람들은 의자가 아닌 '알바 알토가 L-leg를 적용해서 처음 디자인했던'이라는 수식을 가지고 있는 Stool 60을 원하는 걸까? 그리고 Stool 60의 넘어짐을 경험하고 Stool E60을 사게 된 이야기를 간직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왜 다른 가구 회사들은 최초의 디자인인 Stool 60이 아닌 Stool E60을 복제할까?


알바 알토의 디자인을 복제한 가구 회사들은 다리 세 개가 주는 조형미와 숨겨진 불안정함보다 다리 네 개의 균형감을 선택한 것 같다. 원래 결함을 품고 있는 디자인의 진품인 Stool 60은 그 이야기 덕에 계속해서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복제품에게 그런 결함과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알바 알토가 Stool 60을 디자인하면서 의도한 아름답지만 실용적이고 적당한 가격의 제품은 Artek이 만드는 디자인 진품이 아닌 복제품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진품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복제품이 따라가지는 못한다. 




Reference


1. https://finland.fi/arts-culture/aaltos-stool-60-has-legs/ 

2. https://www.ikea.com/us/en/catalog/products/24286205/ 

3. https://www.artek.fi/en/products/stool-60 

4. https://www.vitra.com/en-fi/living/product/details/eames-plastic-side-chair-dsw 

5. https://www.spectrumdesign.nl/en/collection/br-02-sofa-bed/ 




글을 마치며...


디자이너지만 다른 분야의 디자인을 해온지라 가구 디자인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잘 알려서 알바 알토의 디자인 제품들에 대해서는 적당히 알고 있다.

TJi는 전공이거나 아니거나 디자인에 대해 글로 논하는 것은 왠지 조심스럽다. 좀 배웠다 보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아서일 수도 있고,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틀린 정보를 거르고 정확한 정보의 출처를 찾는 것이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일 수도 하다.

문득 주로 좋은 디자인으로만 알려진 알바 알토의 Stool 60의 아쉬운 점을 나누고 싶었다. 비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유쾌한 이야기로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기능을 중시하던 디자이너가 기능에 문제가 있는 제품을 생산하다니! 누구나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마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본문에는 우리나라에 알려진 대로 알바 알토라고 적었지만 Alvar Aalto는 '알바르 아알또'로 읽는 것이 핀란드어 발음에 가장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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