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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Jun 07. 2018

핀란드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이유

의문의 시작과 풀어가는 과정 by thoughtful observer

시작인지 몰랐던 시작은 작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유럽 연구소 소장님이 뜬금없이 핀란드의 행복의 비밀이 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핀란드는 휘바(hyvä) 밖에 모르겠다면서 덴마크는 휘계(hygge)이고 스웨덴은 라곰(lagom)이라며 최근 라곰 책을 번역했다고 하셨다. 그 질문이 나도 모르게 마음에 새겨진 듯 하다. 그 질문 덕에 핀란드의 행복을 대표할 만한 단어들을 고민해보고 짧은 글까지 썼다. 이왕 쓴 글 누군가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소장님을 소환했고 그렇게 어물쩡 나의 다른 글들도 읽히면서 반강제로 나의 글 선생님으로 북유럽 연구소 소장님의 발목을 잡았다. 소장님 고마워요!


올 봄 소장님이 핀란드의 행복에 대한 책을 써보라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단칼에 거절을 했다. 책을 쓸 수 있는 깜냥이 될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나의 핀란드에 대한 이해가 살면서 많이 늘어났고 계속 깊어지고 있기에 때문에 섣부르게 나섰다가 선무당이 사람 잡는 짓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한국에 알려진 핀란드에 대한 글들은 저자가 경험한 핀란드의 일부가 마치 전체의 이야기인냥 나누어지는 실수를 종종 보여주곤 한다. 그런 실수들을 범할까 겁이 났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가 바라보고 이해한 핀란드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친한 핀란드 친구는 나의 해석적인 접근방식이 한국 사람들에게 더 와닿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나 처음은 있는데, 은연 중에 모든게 준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때 즈음 나보다 나은 적임자가 있다라는 궁색한 핑계로 나에게 온 좋은 기회를 뻥 차버리는 바보짓도 저질렀다. 다행히 그 기회를 주신 분이 내가 해야 한다고 우겨줘서 그 기회를 놓치진 않았다. 그래서 핀란드의 행복에 대해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내게 친히 찾아온 기회는 잡아야 하고 없어지거나 없는 기회는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소장님이 준 기회는 출판사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이 틀어졌다. 난 이미 책을 쓰기로 작정하고 두 건의 인터뷰도 진행했고 그 뒤로 여러 인터뷰도 잡아놨는데 아쉽게도 나의 모자람으로 인해 출판사를 설득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진행한 출판사의 성향과 어긋난다는 답변이었다. 그런데 포기가 되지 않았다. 이미 진행한 두 건의 인터뷰가 재미있었다. 계속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사실 핀란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핀란드처럼 한국을 변화시키자는 의도가 아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을 이해하고 포용함으로 한국이 조금 더 다양한 가치관들이 공존하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계획한 대로 핀란드의 행복에 대한 책을 쓸 거다. 그 과정에 나와 같이할 출판사도 찾아 볼 것이다. 책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을때 이미 핀란드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상당한 인터뷰를 계획했다. 그 인터뷰 내용과 나의 경험을 잘 녹여 책에 담아내겠지만 분명 아쉽게 흘리는 내용들이 생길테니 매 인터뷰마다 그 내용을 나누는 것으로 나의 책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터뷰들을 나눌 매체로 북유럽연구소의 브런치를 택했다. 어차피 우린 한 배를 탄 동지니까. 북유럽 연구소 잘 부탁드립니다.



thoughtful obsever Ji는 누구일까요?
UX 디자이너, 생각많은 관찰자, 북유럽연구소 객원연구원, 글쓰는 작가가 꿈이에요. 한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몇 년간 일하다가 지쳐서 어학연수라는 미명 하에 에딘버러와 런던으로 도피하지만 천직이 디자이너라는 생각에 디자이너가 되도록 영감을 준 핀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노키아에서 디자이너로 4년간 일했으며, 핀란드에서는 사랑을 찾지 못할 것 같아 다른 나라로 떠날 결심을 하고 석사 논문을 쓰고자 맘 먹었을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족을 이루고 반강제적으로 핀란드에 정착했다. 길고 긴 석사과정에 마침표를 찍고 무언가를 하려는 찰나에 뱃속 둘째의 발차기에 좌절. 현재 두 아이의 엄마에서 다시 디자이너로의 삶으로 돌아가려고 두 삶을 병행하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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