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어리고 마음은 더 어리고, 세상에 아주 무서울 게 없었던 때
한 대학교 앞 건물 지하에 입소문이 자자했던 역술인의 사무실이 있었다.
모든 게 대수롭지 않았고 설령 그렇다 한들 소나기처럼 퍼붓는 시련쯤
한 방 세게 맞고 햇볕에 말리면 그만이던 시절,
호기심에 방문한 그곳에서 장년의 역술가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단 하나였다.
"너무 뜨거우니 바다를 건너 추운 곳으로 가 살아라. 슬라브족이든 노르만족이든 거기서 짝을 찾고 추위에 열을 식히며 살면 좋아. 더운 곳은 여행으로라도 가지를 마."
일단 돌아오는 길에 노르만족과 슬라브족에 대해 검색해 본 기억은 선명하다. 수족냉증 때문에 한반도의 겨울에도 취약한 나인데 지금 어디를 가라는 거야. 막연히 눈보라가 치는 이글루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더랬다. 그렇게 약 20년이 지나고 나는 추위가 싫어 여행지 목록에서도 탈락시킨 북유럽의 스웨덴에 살고 있다. 노르만족을 만나진 않았지만 결국 내 배우자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아니, 어쩌면 나의 열기가 그를 기어코 이곳으로 오게 한 건가.
다행히 스톡홀름은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다. 올해는 한국보다 눈도 적게 왔다. 한평생 여기에 살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 가끔 새삼스럽게 노르만족으로 기억된 그 역술인이 떠오른다. 사주팔자도, 종교도 늘 긴가민가하지만 가끔 내 안에서 뻗어나간 어떤 기운이 우주를 돌고 돌아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듯한 경험을 한다.
내 인생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항상 예기치 못했다. 그래서 나는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한 순간도 꿈을 꾸지 않은 적은 없다. 그것이 간절한 기도든 때로는 망상적 염원이든 꿈은 계속 간직한다. 언젠가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고, 내 안의 외침이 우주를 돌고 돌아 다시 내게 돌아올 때를 위해서.
평생 별만 쳐다보다 어항에서 끝나는 금붕어라도 별을 모르고 사는 금붕어보다는 낫지 않은가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