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Customer Experience) Specialist를 향해서
우선 이 글은 이전 회사에 들어가기 전, 한창 면접을 보러 다녔을 때 썼던 글임을 밝힌다. 사회초년생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경력직이나 면접은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단지 많냐, 적냐 횟수 차이일 뿐. 나는 몇 번의 회사를 거친 터라 나름 많다면 많은 횟수로 면접을 봐왔는데 면접이 좋은 경험으로 남은 곳은 손에 꼽는다. 오죽하면 몇 년 전에 [면접은 이렇게 진행해 주세요]라는 글도 썼겠는가. 지금 보면 다소 치기 어린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랍에 넣어놨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볼 순 없다. 요즘 회사들은 그때보다 좋은 면접 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면접이 재밌다니, 제정신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누가 면접이 재밌다고 하면 '미친 거 아냐? 어떻게 면접이 재밌을 수가 있어?'라고 했을 테니까.
면접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일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할 경우 면접 시간도 조율해야 하고, 그 회사에 대해 알아가야 하고, 대충 어떤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준비도 해야 한다. 힘들다면 힘든 일이지만 얼마 전에 면접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면접은 정말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구나'. 면접은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자리니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지금까지의 나의 커리어 그리고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를 궁금해하고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단 나는 주변 사람들과 그런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실상 면접에서만 할 수 있는 얘기인 데다 내가 어떤 일을 했고, 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냈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기타 등등 자기 자랑하라고 멍석 깔아주는 자리나 다름없는데 이왕이면 즐기자 싶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면접이란 참 재밌는 것 아닌가.
면접은 정말 각양각색인데 면접관이 "만나보고 대화하고 싶었다. 편하게 얘기 나눠 봐요"라고 말하며 면접을 시작하면 긴장이 많이 풀리면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된다. 편안한 대화 같은 면접에서도 ‘이 말은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딱딱한 분위기에서는 긴장하며 어버버버하는 게 당연하다.
또한 면접관이 피면접자의 질문들에 성의 있는 대답을 할 의지를 드러내 보인다면 합격 여부를 떠나 면접은 흥미로운 대화의 장이 된다. 생각해 보면 면접이란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밀도 있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내 시야를 확장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CS/CX, 서비스 운영 분야에 몸을 담고 있으니 현재 이 회사에 서비스 운영적 이슈는 무엇인지,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편이다. 그렇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산업 분야의 이슈와 특정 규모, 스테이징에 있는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 해결 방법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나는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악습을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변화는 쉽지 않기에 우리는 악습을 반복하곤 한다. 그래서 면접 문화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대단함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본 면접은 안 좋은 경험뿐이었지만 면접관이 되었을 때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는 정신으로 피면접자를 존중해 주는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