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르는 두서없는 편지
오래된 관계 사이 가늠 할 수 없는 우주가 존재함이 경이롭다. 수없이 많은 행성들의 탄생과 소멸을 함께 한 여정에서 한 우주 가득 유구한 별가루들이 영원을 노래하며 반짝인다.
심장이 없는 것들과 유치한 판타지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래서였을까. 어딘가에 존재함을 믿지만, 기대하진 않는 법을 일찍 배워서였을까.
가까운 사이, 소원한 사이, 당연한 사이조차
안부를 묻기 위해 크게 펄떡이는 폐가 필요하다.
그래서 별 일 아니라는 듯 성큼 다가온 인사는 따뜻하고, 보내는 이 받는 이 모두 어색한 헛기침도 사랑스럽다.
부족한 답장마저 지각하는 촌스러운 스스로가 붉어지면서 당신들은 한 두 뼘은 더 커다란 사람이었구나
그 시절엔 내가, 네가, 서로가 서툴렀구나. 그랬구나.
번번이 동반되는 미안함보다 곱절은 더 크게 고마워해야지.
망설였던 건널목
떠날 수 없던 정류장
길을 잃었던 교차로
덩그러니 남겨졌던 환승역
단호하게 멈춰 세우던 빨간불
경쾌하게 허락하던 파란불
깜빡이며 몰아세우던 어떤 빛
어떠한 장면들도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