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서평
가난은 자주 개인만의 문제로 여겨진다. 개인의 의지 부족, 게으름, 반사회적 성향으로 빈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산층 이하의 중위층부터도 가난을 이런 유형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에,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의 저자인 강지나 작가가 차분하고 설득적인 흐름으로 (그렇기에 다소 불명확하고 느린 톤으로) 인터뷰를 전개하는 것이 이해되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역량의 박탈”이라고 하면서, “빈곤 대물림은 이런 박탈 경험이 축적되고 불평등이 고착되는 과정”이다.
책의 전체적인 골자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회의적인 마음도 읽은 부분도 있다. 몇몇 챕터에서 아이들은 자라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며 빈곤 서사를 어느 정도 봉합하게 되지만, 정말 그들의 빈곤이 종료되었을까? 여전히 그들이 겪은 빈곤과 폭력을 그들의 자녀들도 겪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는 빈곤을 예방하는 제도와 복지 시스템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교육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빈곤 문제에서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몇 주제들을 중심으로, 저자와 의견을 비교하며 빈곤의 인과관계를 살펴본다.
먼저, 빈곤 문제는 여성 차별과 깊이 연관된다. 성평등과 성교육의 부재에 대한 결과만 봐도 참담하다. 10대 청소년이 임신을 하면, 남학생은 도망가 여학생이 홀로 아이를 떠맡는다. 가난한 싱글맘 여학생은 고된 육체노동이나 성범죄의 길로 빠지며, 종국에는 아이를 방임, 학대한 비정의 어머니가 된다. 그동안 남학생은 디시인사이트, 일간베스트와 같은 여성혐오적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하며 동급생과 여교사를 학교폭력, 성범죄의 표적으로 삼으며 인셀화된 성인 남성을 모방한다. 빈곤층 남학생은 딥페이크와 포주짓, 불법유흥업소 개설로 돈을 벌고, 빈곤층 여학생은 아이로서 존재할 기회를 잃고 창녀로 전락한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늘어가는 가운데 인종 계층을 고려하고, 장애 여부까지 살펴본다면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우리는 어리고 가난한, 또는 장애가 있는 여성을 성매매 알선한 남자들의 사례를 익히 알고 있다.
둘째, 개인의 책임은 전혀 없을까. 빈곤을 겪는/겪었던 모든 이들이 다음 세대에게 빈곤을 재생산하거나 범법행위에 빠지지는 않는다. 촉법소년과 관련한 챕터에서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모든 촉법소년이 대중의 편견과는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 역시 사람은, 특히 아이는 더 많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이 현재 사법 체계와 같이 연령에 따라 처벌의 수위를 현저히 낮추거나 처벌을 피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지는 않는다. 범죄의 수준에 따라 처벌을 받으면서도 다음 기회가 주어질 수 있으며, 처벌의 낙인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적법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이로 하여금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관적이고 적절한 다정함이 필요하다. 적절한 복지제도로부터가 아니라, 피의자로서 사법체계에 주목받았을 때 ‘다정함’을 배우게 된다면 왜곡된 법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외려 아이의 인생을 더욱 흉악한 범법자의 길로 이끌게 된다. 아이가 사회에 적응하고, 긍정적인 자아를 발달할 수 있게 도우려면 사회가 개개인의 권리와 자유, 그리고 모두의 질서를 보편적으로 수호하고 있음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방황하는 아이들 위해서는 복지 제도를 개선하고, 적절한 처벌과 이후의 교육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지 처벌을 무마하는 것으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서 출생이나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어떠한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특히, 기관의 심사를 받고 여러 자격을 갖춰야 하는 입양제도와 달리 여성의 임신과 출산으로 가정이 생기는 경우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더 자주 보이는 듯하다.
대중의 인식도, 제도도, 심지어는 미디어조차 준비되지 않은 부모 개인을 비난하고 조롱하지만 정작 빈곤 가정과 학대 가정을 낳은 교육의 부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앞서 언급한 성교육의 부재는 출산의 주체로서 여성이 자신에게 성차별과 임신 이후의 삶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할 권리, 원치 않는 성관계를 거부할 권리,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 스스로 원하는 성별의 파트너를 결정할 권리가 있음을 알지 못하게 한다. 또한 남성에게도, 타인의 신체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아야 하며, 여성 파트너와 임신 시도가 합의되지 않았다면 콘돔 등 피임기구의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상식, 여성의 출산과 낙태 등에 관한 재생산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게 한다.
양육에 대한 교육도 마찬가지다. 좋은 엄마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생각과 경제적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칭찬과 훈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사회는 알려준 바가 없다.
저자가 말했듯 빈곤은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 <고딩엄빠>와 <금쪽같은 내 자식>을 보며 일시적으로 ‘나’와는 다른 처지인 양육자와 아이들을 비웃을 수는 있겠지만 운이 나빠 우연히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면, 혹은 그렇지 않아도 사고나 사기를 당해 빈곤 상태로 추락한다면,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가정의 일화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장단점과 호불호가 확실할 것이다. 흐름이나 구성에 있어 답답한 점도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빈곤층 개인의 삶, 특히 아이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읽으며 내가 결론 지은 빈곤 해결책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선별적 복지제도가 아닌 보편적 복지제도의 범위를 확대한다. 특히 교육과 노동에 있어서 빈곤층과 빈곤취약계층에게기회를 넓게 보장한다. (복지)
둘째, 여성 대상 범죄/차별 처벌 수위를 높이고, 여성의 재생산권을 법적으로 전면 보장한다. 또한, 소년법의 존재는 유지하되, 현재와 같이 처벌의 의미가 무용한 부분을 개정한다. (법)
셋째, 교육기관과 주민센터에서 필수적으로 성교육과 양육자 교육을 실시한다.
물론 말은 쉽고 현실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인터넷을 하며 후원 광고를 쉽게 지나치고, 식사하는 동안 가슴 아픈 뉴스 채널을 돌려본 경험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소한 회피에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함께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사회에서 특수한 것으로만 여겨지는 문제들이 조금만 들여다보면 서로 얽혀 있으며, 언제까지나 남의 문제로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빈곤 문제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안락한 화면과 풍경에서 벗어나, 목소리 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목해주기를 바란다.
<총평>
⭐️: 3.5/5
- 빈곤 청소년을 인터뷰 형식으로 심층 분석하고, 의견 과 자료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전개됨
- 빠르게 읽혀 시간을 많이 소요하지 않음
- 문제의 유형이나 해결책별로 나누지 않고 아이마다 챕터를 나눔. 초반에는 제시하는 방향성이 불분명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짐.
- 몇몇 아이들에게는 정말 알지 못했던, 열악한 사정도 있어 읽는 동안 많이 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