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일상, 단상집 - 발꼬락을 꼬부작 거리자
다 큰 남자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피를 뽑는 검사실 문 앞
꽤 아픈가 보다
소리까지 지르면서 운다
엄마와 간호사가 아이를
달래느라 애쓴다.
배로 숨을 크게 쉬라고 한다
키가 꽤 커 보였는데
아직 어린아이였나 보다
키로 판단하면 안 되겠구나
네가 부럽다
너는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도
위로도 받고 칭찬도 받는구나
Så flink du er.
나도 어른이라 칭찬을 보탤게
그거 아니?
피검사를 좀 한다고
소리 지르는 어른은 없어
아픔이 다른 걸까
아픔을 견디는 자세가 다른 걸까
더 아픈 일이 많은 걸까
바늘이 준비되는 시간
하나
둘
세엣
나만의 비법을 떠올린다
바늘이 피부에 닿을 때
그 순간,
엄지발가락을 꼬부작거리는 거다
모든 감각과
모든 의식을
내 발꼬락 끝에 집중하는 거다
무릎 상처를 붙잡고 있던
실밥도 뽑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미뤘던
피검사도 했다
치료비 285 nok + 처치비용 72 nok
병원에서 357 nok
약국에서 160 nok
총 517 nok
(65,000원 - 요즘 환율이 좋다! 북유럽 여행 타이밍)
다치치 말아야지
아프지 말아야지
너무 애쓰지 말아야지
병원비를 쓰지 말아야지
주치의 이름이 가물가물할 때까지
병원에 오지 말아야지
잘 지내야지. in Norway.
p.s. 천천히 걸어야지
:) 별 주제 없는 시답지 않은 글이라도 남기기로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작가 소개
미니린 (노하Kim)
노르웨이와 한국,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어요. 어떤 일을 새롭게 기획하고, 함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가 크리에이터>@minirin.noha @nohakim.writer
뉴아티 북클럽 : https://naver.me/xuiQO8GZ
블로그 : https://blog.naver.com/norwayfriend
책 : 노르웨이 엄마의 힘(황소북스, 2017)
초보자도 전자책 작가로 만드는 글쓰기 셀프코칭(큐리어스, 2023)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