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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하 Norway May 05. 2024

노르웨이 일상 - 노르웨이 로페마켓의 진실

노르웨이 일상단상집 - 벼룩시장을 기억하시는 분


노르웨이 사람하고 같이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나라에 산 지 좀 되었다고 이래 저래 듣고 배우게 된 것들이 있다.


노르웨이는 이래서 좋고, 이래서 별로다. 뭐 그런 문화 차이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누가 이 북유럽 끝에 있는 나라에 큰 관심이 있을까. 북유럽에 오기로 결심한 여행자들에게는 이민자의 소소한 삶에 이야기가 잠깐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북유럽으로 교환 학생을 오려는 젊은이들, 주재원으로 오거나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정보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를 아는 지인들?


어쨌든 오늘의 글감은 아주 노르웨이스러운 '로페마켓' loppemarked이다.

5월에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한다면 로페마켓을 방문해 보시길!




노르웨이에서 만난 M 언니가 로페마켓을 즐겨 가는 사람이라 나도 로페마켓이 뭔지 알게 되었다. 노르웨이 초등학교에서는 봄과 가을에 로페마켓이 열리는데, 우리말로 바꾸면 '벼룩시장' 같은 거다.

어릴 적 버스 정류장에 보면 벼룩시장이랑 교차로 같은 공짜 정보지가 있었다. 신문도 아니고 말하자면 구직/구인 광고가 주였던 것인데 지금은 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벼룩시장의 또 다른 의미는 중고 물품을 파는 시장이다. 벼룩시장 물건은 벼룩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들이 나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로도 벼룩 이름이 그대로 들어가 플리 마켓이다. Flea market. (공짜인 프리가 아니다!)


노르웨이 로페마켓은 두 번째 의미, 중고 물품을 파는 곳이다. M 언니는 그곳에서 아이들 장난감이나 책을 사 오기도 하고, 귀한 빈티지 그릇을 사기도 했다.


벼룩시장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나는 그곳에 직접 가본 경험이 전무한 편이다. 그래서 자세히 알기 전에는 그저 '중고나라 카페'나 '당근 마켓'이 오프라인으로 나온 거라 생각했다. 집에 안 쓰는 물건을 내다 파는 곳!? 직접 가보면 분명 중고 장터가 맞긴 맞다. 숨어 있는 보석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중고 장터. 그런데 노르웨이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로페마켓에는 널리 알려야 할 진실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기부와 상생으로 맺어진 건강한 커뮤니티 문화”다.  



오늘, 아이들 학교에서 로페마켓이 열리는 날이라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다. 아이들은 로페마켓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공부하던 교실과 체육관, 운동장 등. 학교 전체가 하루 만에 큰 중고 장터로 변하는 건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리고 운동장 한 쪽에 만들어진 음식 코너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우리도 각자 먹고 싶은 것을 하나씩 골라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첫째는 머핀, 둘째는 음료수를 골랐다
함께 온 친구는 초콜릿 케이크와 브라우니를 골랐다.
나는 100 크로네를 썼다!

난 M 언니처럼 좋은 물건을 고르는 눈썰미가 없다.  다른 곳에서 열리는 로페마켓까지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열리는 로페마켓은 빠트리지 않고 참석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로페 마켓에서는 '기부와 상생*'을 눈으로 확인하고 참여를 통해 그것을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상생 :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감.


아이들 학교에서 로페마켓이 열리는 이유는 학교 악단을 운영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학교는 공간을 빌려줄 뿐이고, 학교 악단에 참여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여기서 얻은 수익은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악기를 배우고, 연습하고, 공연을 할 수 있는 운영 기금이 된다


이렇게 로페마켓이 열릴 수 있는 건 8할이 마을 사람들의 기부 덕분이다.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을 모았다가 가까운 학교가 로페마켓을 열 때 물건을 기부한다. 책, 옷, 장난감, 화분, 그림 액자, 그릇, 스키, 자전거부터 전자기기, 부피가 큰 가구까지 없는 것이 없다. 학부모들은 이 물건들을 받아서 분류하고 정리한다. 사실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쓸만한 물건도 많지만 먼지 가득 쌓인 오래된 물건들도 꽤 많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상품처럼 보이게 정리하는 것은 다 학부모들의 품이다.


처음엔 기부를 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마켓에 가보면 시즌마다 나오는 물건들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집집마다 얼마나 많은 짐이 있는 걸까? 나도 기부를 해보려고 뒤적거리지만 우리집 특성상 마땅한 물건이 없을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물건 기부보다는 음식을 사 먹고 노르웨이어 책을 사면서 돕는 편에 속한다.

로페마켓에선 학생들도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고 돈을 받는 일을 한다. 학생들은 처음에 돈을 얼마 받아야 할지 몰라 터무니없이 비싸게 부르기도 하고, 너무 싸게 부르기도 한다. 시장의 재미가 흥정이라면, 노르웨이에서는 여기가 바로 흥정이 있는 곳이다.


난 노르웨이어 연습 삼아 흥정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노르웨이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흥정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좋은 물건을 한 두 개 득템하는 것은 포기하고, 마지막 타임에 떨이를 할 때 남은 물건들 중 탐났던 것을 주머니에 담아서 주머니 가격으로 흥정해 보는 것을 선택한다. 확실히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들고 흥정하기보다는 물건을 가득 들고 퉁치며 흥정을 하는 것이 낫다. 막지막 순간까지 팔리지 않으면 버려지게 될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초등학교의 로페마켓은 학교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다."


나와 딸들은 집으로 돌아와 오늘의 우리가 보고 듣고, 먹으며 한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눴다. 진지함은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아이들에겐 그저 재미있는 이벤트였고, 나에겐 의미 있는 소비가 있었던 하루였음으로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뭐. 그것으로 족하다. 돼쓰~


작가 소개


미니린 (노하Kim)

노르웨이와 한국,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어요. 어떤 일을 새롭게 기획하고, 함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엄마, 작가, 샘으로 살았고 작가 크리에이터로 살고자 합니다.

@minirin.noha  

@nohakim.writer


뉴아티 글쓰기 북클럽 작가팀 : https://naver.me/xuiQO8GZ

블로그 : https://blog.naver.com/norwayfriend

책 : 노르웨이 엄마의 힘(황소북스, 2017)

      초보자도 전자책 작가로 만드는 글쓰기 셀프코칭(전자책, 202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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