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도 탑승객을 보호하는 공간을 확보한다.
차를 움직이고 제어하는 여러 부품들이 아래에 배치되면 그 위를 덮는 바디는 자동차의 공간을 정의한다. 아직 도장을 하기 전 단계에서 용접한 뼈대라는 의미의 BIW(Body in White)는 단순한 금속 덩어리가 아닌, 승객의 안락과 안전을 책임지는 차의 골격이다. 충돌 시 에너지를 흡수하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고 내구성도 확보해야 한다. 효율적인 열 관리와 환기도 가능하게 하면서 주행 효율을 위한 공기 저항 감소와 경량화 그리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디자인까지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완성된 차체로 거듭날 수 있다.
특히 차체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검증 지표가 바로 KNCAP이라 불리는 신차 안전도 평가다. 정면, 측면, 기둥 충돌 등 가혹한 테스트를 통해 승객 보호 능력을 등급화하는 이 제도는 현대 자동차 기술 발전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신차가 출시되면 정해진 시험들을 진행하고 그 결과가 공개되면서 기준에 못 미치는 차량은 판매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규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차체를 충격 흡수 존(Crumple Zone)과 승객 보호 존(Safety Zone)으로 이원화하여 개발한다. 전·후방에 위치한 충격 흡수 존은 사고 시 의도적으로 구겨지며 에너지를 흡수하는 완충지대로 마치 아코디언처럼 차례로 변형되며 날카로운 물리적 충격을 스스로 소멸시켜 승객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반면 승객이 머무는 실내 공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철옹성 같은 구조다. A·B·C 필러와 루프 레일에 초고장력 강판을 집중 배치하여 견고한 케이지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외부 침입으로부터 승객의 생존 공간을 끝까지 사수한다.
결국 차체 설계란 부드럽게 찌그러지는 기술과 단단하게 버티는 기술의 조화가 중요하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 예전에는 개발 중에도 여러 차례 차를 직접 충돌해 확인해 보곤 했었다. 그러나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충돌 시험을 하기 전에 3D로 차체를 미리 구성해 보고 실험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본 후에 충돌 시에 차체의 변형 정도를 예측해 본다. 운전자와 탑승자를 보호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부재의 강도를 높인다거나 보강재를 추가하는 등의 설계 변경을 더해 완성도를 높여 나갈 수 있어 최근에는 개발 초기와 인증 바로 전에 한 번 정도로 개발 과정이 간소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