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워킹맘 계세요?

by 귤예지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집안에 콕 박혀있으면서도 지구 반대편 친구들과 실시간 대화를 나누고 동공과 지문으로 간편히 물건을 구매하는 세상을 불과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지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시간을 저장하는 기술도 발명되지 않을까요?

그런 기술이 진작 있었다면 여유롭던 20대의 시간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지금 꺼내 쓰고 싶어요. 정말이지 요즘은 24시간이 부족한 나날들이거든요.


저는 직장생활을 한지 만 11년, 엄마가 된 지 21개월째인 워킹맘입니다.

회사에서는 미혼일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저를 수식하는 '애엄마'라는 키워드에 담긴 의미를 바꾸고 싶어서요. 성과가 뒤처치는 남자 직원에게는 '게을러서', '열정이 부족해서', '머리가 나빠서', '성격만 좋아서' 등의 다양한 이유가 붙지만 같은 상황의 아이가 있는 여자 직원에게는 딱 한 가지 이유만 따라붙더라고요.

'애엄마라서'.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아이의 마음도 제게서 멀어진 게 느껴집니다. 그 마음을 당겨오려면 엉덩이 붙이고 잠시 앉아있을 시간이 없어요. 아이를 힘껏 들어 올려 목욕을 시켜주고 로션을 발라주고 좋아하는 책을 읽어줍니다. 그러면 겨우 잠 들 무렵에야 아이는 다시 엄마를 안아줍니다.

하지만 다음날 회사에 다녀오면 다시 아이는 하루치만큼 멀어져 있고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매일 저는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서야 또 하루가 후다닥 지나갔다는 걸 깨닫습니다. 내게 주어진 하루라는 선물을 제대로 음미할 틈도 없이 떠나보낸 것 같아 아쉽습니다. 두려운 건 지난 한 달, 두 달, 그리고 반년이라는 시간이 오늘 하루처럼 어떻게 지나는지 느낄 겨를 없이 흘러가버렸다는 사실.

미리 저장해둔 시간이 있다면 야금야금 꺼내 좋아하는 책을 읽고 예쁜 동화를 한편 쓰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데 쓰고 싶습니다. 제 하루에 정말로 넣고 싶은 건 사실 그런 것들이거든요.


출근길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집으로 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이가 잠든 시간 소리 죽여 설거지를 하면서

문득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다른 워킹맘들도 모두 이렇게 살고 있을까?

평범하게만 보였던 선배들은 알고 보면 모두 슈퍼우먼이었나?

가정과 직장, 그리고 나 개인의 시간이 균형을 이루는 방법은 없을까?


시간을 저장하는 기술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주어진 상황에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도 제게 주어진 역할들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는 방법을요.

직장생활이나 육아, 살림살이에 있어 투입 시간 대비 효용을 높이기 위한 '꼼수' 일수도 있고

바쁜 일상에서도 제 꿈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고요.


자전거를 처음 타던 날을 기억합니다. 엄마가 잡아주셨어요. 혼자서 균형 잡기란 도저히 불가능했으니까요.

한참을 타다 모퉁이를 돌아오는데 저 멀리 서 있는 엄마를 발견했습니다. 나 혼자 균형 잡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한번 균형 잡는 법을 알아버린 후에는 일부러 넘어지려고 해도 넘어질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균형 잃는 법을 잊어버렸으니까요.


똑똑똑. 워킹맘님 거기 계세요?

우리도 서로의 꽁무니를 잡아주고 밀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쌓은 요령을 함께 나누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일과 가정과 나 사이의 균형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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