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

by NOSTRAPARTENOPEA

개인적으로 관찰한 지금 세대는 부딪혀서 배우는 대신, 실행에 앞서 시뮬레이션 한다.

그들이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는 심플하다. 실패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과거와 달리, 넘치는 정보 덕분에 직접 겪지 않아도 많은 시행착오를 대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 어느 시대도 이처럼 직접적이고 자세한 리뷰와 사진들로 구체적인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는 때는 없었다.

물론,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거 정보가 폐쇄적이던 시대의 미덕에 가깝다.

현 세대는 알고있다. 미리 정보들을 통해 가늠해보고 부딪힌다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이다.

굳이 시뮬레이션에서 경계할 부분을 찾는다면, 앞서 과도한 생각으로 인해 실행에 옮길 에너지까지 써버리는 것과 간접 경험만으로 신포도를 만드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적 사고는 사실 테일러링에 있어서는 새로운게 아니다.

테일러링은 본질적으로 계획적인 행위다. 미리 만들어진 기성복과 달리 조율의 과정이 있고, 매 선택의 연쇄가 이어진다. 오더메이드란 결국 입을 상황과 속한 사회적 맥락을 미리 고려하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테일러링은 오래전부터 시뮬레이션 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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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만들어 제공하기보다, 옷장을 제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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