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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Jul 05. 2019

[10] 통일부 : 북한 언론이 비교적 객관적이라구요?

- 일반인 시선의 정치사회 에세이 '우리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북한 매체에 대해 접근 제한을 해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지난 5월 28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매체 차단 해제를 고려하는 듯한 발언을 꺼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여론이나 시기, 국민적 공감대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북한 매체'에 대한 일부 접속 허용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국영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을 언급했다. 통일부는 이 두 매체가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고, 정제된 톤으로 사안을 보도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단 한 번이라도 두 매체의 보도 내용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통일부는 북한 매체에 대한 접근 차단 해지를 공식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 아니다. 다만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일부 매체가 존재하며, 이러한 매체에 한해 접속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으니 이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정도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아마도 통일부 내에서 논의된 사안을 공식화하기 전에, 이에 대한 여론과 국민들의 반응을 사전에 체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한민국 통일부가 '굳이' 이런 사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이 사안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이거였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의 내용을 1분만 살펴보더라도, 이 매체에 대한 접근 차단을 해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쉬운 문제다. 아래 노동신문과 관련된 몇 가지 사진과 사례를 소개한다. 통일부의 발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아래의 짧은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것이다.


<출처 : 노컷뉴스>

노동신문은 정상적인 매체가 아니다. 북한 공산당의 기관지이자, 김씨 일가를 우상 숭배하는 내용으로 가득 찬 '독재정권 찬양 언론'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쓰레기 같은 매체다.

최근엔 PDF 파일로도 배포되는 노동신문의 1면 최상단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 혁명사상 만세!' 와 같은 말 같지도 않은 멘트가 떡 하니 적혀있다. 발행하는 모든 노동신문이 저 내용으로 시작한다는 뜻이다. 1면은 항상, 언제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김정은에 관한 내용으로 도배된다. 당연히 모든 내용들은 '찬양 일색'이다.


인터넷 노동신문은 더 절망적이다.
초기화면만 보더라도, 이 매체가 얼마나 수준 낮은 곳인지를 바로 느낄 수 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혁명활동 보도'가 좌측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김정은의 공식 일정을 보도하는 내용들이며,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행동도 모두 보도한다. 김정은 활동 대부분은 '지도'라는 단어로 표현되는데, 각종 산업부터 군사 훈련까지 모든 부분을 지도한다. 모르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사람으로 표현된다. 이것만 보더라도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전달한다'는 통일부의 발언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애초에 국가 구조 자체가 비정상이기 때문에 언론도 비정상적인 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우측 상단에는 '백두산 절세 위인들과 일화' 탭이 있다. 내용은 당연히 백두혈통이라 일컫는 김씨 일가의 영웅담들이다. '혁명 일화' 탭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신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김씨 일가의 활동 내역들과 찬양들로 대부분이 채워져 있다.


100% 대신 대부분으로 표현한 이유는, 노동신문에는 대한민국과 관련된 내용들이 일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요 북한 매체들의 대한민국 관련 뉴스들은 종종 우리나라 언론들을 통해서 보도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부분의 뉴스들이 매우 부정적이다. 남북 회담과 같이 김정은이 직접 컨택하는 건들을 제외하면 북한이 대한민국을 향해 우호적인 메세지를 보낸 적은 거의 없다.


특히 보수성향의 대통령이나 정당을 향해서는 더 적대적이고 공포스러운 메세지를 던지며, 친북 성향의 진보 세력이 집권하더라도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폭언에 가까운 뉴스를 보도한다. 아래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노동신문이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단어를 사용해가며 박 전 대통령을 비난했던 기사의 일부를 캡처한 것이며, 그 외 대한민국에 관한 보도 가운데 거친 언어를 사용했던 일부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출처 : 2016년 노동신문>
2016년 노동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한시바삐 역사의 오물통에 처넣어야 할 특등 재앙 거리', '망령 든 노파', '치마 두른 역적', '수소탄 폭음에 덴겁한, 개 짖는 소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동족 대결에 환장한 쓰레기 집단', '제 명을 다 산 반역 무리' '홍준표는 히스테리적 발작증세를  보이고 있다'와 같은 내용들을 보도한 바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 양호한 기사를 내놓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갑자기 재판관이나 된 듯 조미 공동성명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입을 놀려댔다', '중대한 시기에 설쳐대지 말라'와 같이 거칠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런 내용들이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고, 정제된 톤으로 사안을 보도한다'는 노동신문의 기사들이다. 구글링을 통해 다양한 기사를 찾아봤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온건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단언컨대, 이 신문의 접근 차단을 해제했을 때 대한민국과 그 국민들이 얻는 이득은 단 한 가지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출처 : JTBC 뉴스화면 캡쳐>

이 사안에 대한 JTBC의 보도 내용은 정말 추한 수준이었다.

위 사진과 같이 통일부가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은 '팩트'로 확인됐다. 본문의 서두에서 언급한 내용과 똑같다. 그런데 아나운서와 기자가 '팩트를 체크하겠다'며 나누는 대화들의 내용들이 너무나도 수준 이하였고, 궁극적으로 이 사안이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너무나도 황당하게 느껴졌다. 이 날 보도 중 일부를 소개한다. 모든 글에서 말씀드리듯이, 좌우에 대한 편견 없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아나운서 : 북한 매체를 누구나 다 볼 수 있도록 포털사이트에 노출시키려 한다는 주장은 소셜미디어에도 퍼져 있습니다. 팩트체크 해보죠.

기자 : 아닙니다. 통일부에 확인한 결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아나운서 : 정부가 검토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까?

기자 :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이 확대해석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자는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매체에 대해선 접근 해제 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도 언급했습니다.이를 두고 세계일보가 "일부 해제 검토"라고 보도했습니다.

아나운서 : 듣기에 따라서는 통일부가 이 사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 이 간담회에선 "공론화나 시기 판단이 필요하다" 여론이나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판단해야 한다"는 발언이 강조됐습니다.

(기자의 마지막 발언) 기자 :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 선거 때도 일종의 '종북 프레임'을 주장하는 소재로 활용된 적이 있습니다.



JTBC의 보도 내용이 얼마나 정부와 통일부를 비호하는 형식을 갖췄는지 '팩트 체크' 해보도록 하겠다.

(1) 팩트 체크의 시작부터 잘못됐다. "북한 매체를 누구나 다 볼 수 있도록 포털사이트에 노출시키려 한다"라는 주장을 팩트 체크할 게 아니라, 정말로 통일부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그리고 그 발언을 했다면 의도나 내포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SNS에서 떠도는 찌라시 같은 글을 방송사에서 '팩트 체크'하는건 무슨 의도인가?

(2) 기자는 통일부 당국자가 한 발언을 전부 팩트로 인정했다. 세계일보가 '일부 해제 검토'라고 보도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통일부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왜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매체'라고 생각하는지를 팩트 체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통일부 당국자가 정말로 두 매체를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지 말이다. 세계일보가 어떻게 보도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통일부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지가 훨씬 중요한 것 아닌가?

(3) 공론화나 시기 판단이 필요하고, 여론이나 시기를 종합적으로 봐서 판단해야 한다라는 게 "검토"가 아니면 무엇인가? 이러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언급할 정도면 내부적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논의된 문제 아닌가? 실제로 이 문제를 공론화 시킨다면, 이미 검토가 아니라 실행 단계까지 온 것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말장난하는 언론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4) 마지막이 압권이다. 왜 이렇게 보도했는지를 한 마디로 압축해서 보여줬다. "일종의 종북 프레임 소재로 쓰였다"라는 이야기는 왜 하는 것인가? 설마 '노동신문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종북 프레임을 사용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이 논란 역시 '종북 프레임'을 씌우고 싶은 사람들이 SNS에서 허무맹랑한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최소한의 중립성은 지켜가며 보도해야 할 것이다. '종북 프레임'이 이 문제를 논할 때만큼은 나올 필요가 없다는 점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TV 뉴스화면 캡처>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과 같은 북한 매체들이 얼마나 부적절한 언론들인지, 얼마나 대한민국에 나쁜 영향만을 끼칠 것인지는 본문에서 충분하게 설명했다. 북한 매체에 대한 접근 차단을 해지할지, 말지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럴만한 가치 자체가 없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통일부가 도대체 왜 이러한 사안을 꺼냈는지,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논란을 스스로 만들어내는지 그 의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프록시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노동신문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매체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 사실상 별 영향이 없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가장 저질스럽고 악질인 자들이다. 만약 당신들에게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저런 매체들에 접근한다고 생각해 봐야 한다. 머리가 다 큰 어른들은 알려주지 않아도 '북한 매체들은 비정상이다'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지만, 자라나는 10대 청소년들이나 아직 정치적 사상이 완성되지 않은 20대 청년들에게는 혼란을 줄 여지가 다분한 것이다. 북한 관련 글마다 언급하지만, 저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정상적인 국가의 역할을 하기 전까지 우리가 저들의 비정상적인 성향을 맞춰줄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다. 북한이 우리에게 맞추도록 유도를 해야지, 우리가 앞장서서 북한 매체를 받아들일 필요가 무엇이냐는 말이다. 


정부나 통일부가 다시는 이런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자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사안들의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판단해야 하고, JTBC와 같은 언론들의 부적절한 접근 방법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고,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게 누구의 입에서, 어떤 성향의 정부에서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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