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은 상태는 대부분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회의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는 순간이 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한 사람이 평소와 다르게 조용하다. 질문에도 짧게 대답하고, 표정은 굳어 있고,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다. 본인은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주변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기분이 상한 건지, 회의 내용에 불만이 있는 건지 각자 해석을 붙이기 시작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불안하고 부정적인 무언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반대로, 상태를 짧게라도 먼저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 “제가 오늘 컨디션이 매우 안 좋습니다. 아무래도 독감이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점심시간에 병원 다녀오겠습니다. 지금 제가 좀 멍해서 제대로 된 답변이 안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회의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짧게 답변하는 동일한 상황이어도 상태를 설명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설명하지 않으면 주변 동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비슷한 경험은 많이 있다.
어느 날 팀원이 아침부터 계속 인상을 쓰고 있었다. 회의시간에도 말을 안 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얼굴이 마치 시위라도 하는 것 같았다.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00님 무슨 일 있대요?”
“00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신 건가요?”
“오전에 무슨 일 있었어요? 몸이 안 좋으신가?”
그때 알았다. 나만 느낀 게 아니었다. 팀 전체가 이미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해당 팀원에게 바로 물어봤다. 이유를 확인했고, 팀에도 간단히 공유했다. 부모님이 갑자기 편찮으셔서 정신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걸 알게 되니 나와 팀원 동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날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있었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다음 날, 그 팀원이 먼저 와서 말했다. 어제는 신경이 쓰여서 일이 잘 안 됐는데 오늘은 정리해서 가져왔다고 했다. 부모님 상태도 좋아졌다고 했다. 표정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상태를 공유했더라면 어땠을까. 불필요한 해석도, 어색한 분위기도, 쌓일 필요 없는 긴장감도 없었을 것이다.
리더 입장에서 팀을 운영하다 보면 개개인의 상태가 그대로 팀분위기로 이어진다. 평소와 다른 반응, 줄어든 말수, 굳은 표정은 그 자체로 신호가 된다. 그런데 이유를 모르면 그 신호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해석된다. 일이 문제인지, 태도가 바뀐 건지, 협업 의지가 떨어진 건지 판단이 안 된다.
그래서 현재의 상태를 주변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살다 보면 그냥 왠지 기분이 나쁜 날도 있다. 갑자기 컨디션이 떨어질 수도 있다. 개인적인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 자체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상태가 업무에 영향을 주는데도 설명되지 않는 경우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이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짧게 정리해서 공유한다.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집중도가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갑자기 나가봐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늘 00팀과 회의 시 이슈가 있어서 지금 좀 멘붕상태입니다. 오후 3시까지는 다른 일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한마디로 오해는 사라지고, 리더와 동료들은 상황을 이해한 상태에서 업무에 임할 수 있다.
침묵하는 순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건 본인에게도 매우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컨디션이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 침묵한다면 모두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 일잘러들은 남에게 부담주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침묵하지 말고 먼저 말하자, “오늘 상태가 이렇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