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껌 삼총사 _ 레터링> by 새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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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껌 삼총사 _ 레터링> by 새러데이
껌 좀 씹어봤구나? 하는 말이 젤리 좀 먹어봤구나?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젤리의 인기가 무섭게 치고 오르면서 껌의 위상이 점차 낮아지고 있거든요. 그만큼 세월의 흐름을 견고히 받아들이며 자리를 지켜온 껌 포장지도 볼 기회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래된 만큼 폭넓은 세대의 추억을 안고 있는 유명한 껌 삼총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 <쥬시후레쉬>를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표현한 새러데이님의 레터링을 소개해드립니다.
새러데이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lways Saturday! 보고, 듣고, 느끼고, 사랑하고, 표현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새러데이입니다. 일상 곳곳에서 받은 영감에 제 시각과 해석, 표현을 담은 레터링으로 소통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레터링은 옛날의 추억이 담겨 내적 친밀감이 있는 껌들이에요. 다들 한 번쯤 씹었을 만한 친숙한 제품이기도 하고요.
타이포그래피, 레터링, 폰트디자이너 등 글자와 관련된 디자인용어들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데요. 새러데이님에게 레터링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요?
‘글이 말이라면 서체는 목소리다’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레터링 작업은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찾아주는 작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목소리의 크기나 높낮이, 속도와 어조, 습관 등 화자에 따라 같은 문장이라도 다르게 전달되고,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제가 하는 레터링 작업은 하고픈 말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알맞게 목소리를 디자인하는 일이에요. 문구에 걸맞은 목소리를 통해 정보 전달은 물론, 담고 있는 뉘앙스·분위기·의도·성격 등이 보는 이들에게 느껴지도록, 시각적인 개성을 만들어주고 가슴에 전달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해당 말에 맞는 목소리를 찾아주는 일, 이게 이 분야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저만의 개성을 담으면서도, 문구의 말맛을 잘 살려 전달하는 법을 재미있게 탐구 중이에요.
오늘 소개할 레터링은 어떻게 작업하게 되었나요?
입 속의 재미를 담당했던 껌이 젤리의 인기에 밀려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무심코 밟을 일이 줄어든 건 기쁘지만, 내심 정겨운 친구가 옛것 취급당하며 소리소문없이 떠난 듯하더군요. 어머니가 씹으실 때마다 하나만 달라고 조르던 어릴 적 기억이 어렴풋이 스치며 ‘옛날 껌’으로 작업을 해보자 생각했어요. 모두의 기억 속 하나쯤 있을 껌에 대한 향수를 다시 곱씹으면 좋겠다 싶기도 해서요. 그런 친근한 껌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스피아민트’, ‘후레쉬민트’, ‘쥬시후레쉬’ 이 세 개 제품의 인상이 참 사근사근하고, 상큼하고, 개성적이라고 느껴졌어요. 말맛 만큼이나요. 이런저런 생각에 제품의 역사, 디자인에 필요한 자료조사가 더해져 살이 붙으면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간단하게 각 작업에 담긴 의도와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해드릴게요. 롯데제과의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는 1972년 첫선을 보인 이래, 한번쯤은 듣거나 씹어봤을 유명한 국민껌입니다. 근 40년 동안 디자인과 향미에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온 것이 특징으로, 현재 단종된 후레쉬민트를 제외하면, 아직도 매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껌이에요. 이번 작업에선 각 제품이 가진 특유의 향미와 개성을 담아내는 것을 필두로, 기울기와 조형의 형태에서 재미를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기존 껌의 상표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디자인이 잘 어울려요. 글자를 보고 있노라면 껌의 향기가 느껴질 것처럼요!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작업하셨나요?
각각의 제품이 가진 향미와 개성을 담아내는 것을 최우선적 목표로, 공통적으로는 글자 조형 형태에서 재미를 찾아볼 수 있게 했어요. 하나의 글꼴로 각각의 제품명을 레터링 하는 쉬운 방법도 있었지만, 각각의 개성을 담은 세 벌의 글꼴이 조화롭게 구성됐을 때 보는 입장에서 더 흥미로울 것 같았거든요.
감미로운 박하 향이 사근사근했던 스피아민트에선 줄기의 대비와 완곡한 마감으로 차분히 세련미를 갖추도록 표현했고,
진한 쿨링감이 오래 느껴지는 후레쉬민트는 볼드하고 유연한 획 처리와 자음 ㅇ와 ㅁ에 특별한 인상을 담아 민트의 상쾌함을 위트 있게 표현했습니다.
특유의 다채로운 과즙미가 인상적인 쥬시후레쉬는, 발랄한 조형과 구성을 통해 당돌하고 개성 있는 인상을 만들었습니다.
추가로 해당 제품이 가진 헤리티지(heritage)를 살리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손맛이라 표현하는데, 그때만의 ‘그 아롱다롱한 감성’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때의 감성이 묻었던 과거의 웰메이드(well-made)들은 오늘날 신선한 자극이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레터링과 함께 이전에 사용됐던 심볼들을 재정돈해서 그래픽 소스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더했습니다.
새러데이님의 작업에서 보이는 그래픽은 레터링 못지않게 정성스러워요. 때로 아트웍의 주인공이 그래픽이 될 때도 있나요? 레터링 아트웍에서 그래픽의 역할이 궁금해요.
하나의 레터링에 어울리는 그래픽요소는 더 나은 소통을 위해 쓰이는 대화의 기술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나의 레터링으로도, 즉 한 벌의 글자표현으로도 대화는 이뤄질 수 있지만 이런 대화는 가끔 간결함을 넘어서 담백하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건조해서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거든요. 이러한 대화에 이모지나 이모티콘을 같이 곁들이는 거죠. [넵. ]에서 [넵 :) ] 혹은 [넵! ^ㅇ^]으로요! 이렇게 표현하면 건조했던 말에서 감정과 목소리가 드러나고, 대화가 풍부해지면서, 결국엔 좋은 소통으로 기억돼요. 좋은 목소리에, 말하는 이의 온도와 감정, 더 나아가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잖아요. 하지만 그래픽을 더하는 것은 대화의 기술 중 하나이기에 작업의 성격에 맞게 조절합니다.
(좌측) 스테이윗미 : 문구와 글자표현에 집중하도록 그래픽 비중을 낮출 때
(우측) 거대한어둠 위대한고독 : 그래픽 비중을 높여 풍부한 대화를 시도할 때
가끔은 말에 온전히 집중되도록 그래픽을 최소한만으로 잡고 레터링 위주의 쇼케이스를 기획하기도 하고, 말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상황묘사와, 진정성을 담기 위해 그래픽 비중을 높인 쇼케이스를 기획해서 보여드리기도 해요. 제가 하는 일은 결국 대화를 하는 일이니깐요! 각각 말의 성격에 따라 레터링 작업과 그래픽 작업의 비중을 조절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레터링 영감은 활자에서도, 음성에서 쉽게 캐치할 수 있지만 그래픽까지 고려한다면 여러 아이디어를 수집해야 할 것 같은데요. 작업의 토대가 되는 영감 수집은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예전엔 영감이란 단어가 고루하고, 어렵게 느껴졌는데요, 요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려운 표현 없이 말 그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사랑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일상 곳곳의 자극을 거리낌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저를 열어두고 있어요. 그렇게 한번 스쳐보고, 맛보고 듣고 느끼고, 좋다면 사랑도 해보고, 푹 빠지고 즐기면서, 떠오르는 찰나의 것들을 까먹지 않게끔 메모하고 담아둬요. 그러다 보니 일상의 곳곳에서 개인적인 관심사와 더 나아가 주변과 너머로 시선이 확장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게 보이더라고요.
상세한 답변 감사해요. 앞으로도 새러데이님의 경쾌하면서 맛있는 레터링 작업 기대할게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단순히 레터링-그래픽 작업을 넘어, 보는 분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그분들이 가진 추억에 닿은 것 같아 뜻깊고 뿌듯했습니다. 이 작업이 끝난 후 개인적인 감상을 남겼는데, 여기에 많은 분이 긍정적인 관심과 공감을 해주셔서 새삼 놀라기도 했었고요. 모쪼록 뜻깊은 프로젝트로 남았어요. 노트폴리오를 통해서, 제 생각이 담긴 작업물들을 통해 소통하고, 이 소통을 통해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더 많은 작업물, 그리고 많은 대화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대해주세요.
모두의 가슴안에 사랑만이 가득하길 바라면서, Always Saturday! 새러데이였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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