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화장실을 무작정 사기 전에
집사님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면 역시 '밥'에 관련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냥님이 어떤 종류의 사료와 간식을 좋아하시는지, 어떤 것이 질적으로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라면, 하루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열정적인 집사님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반면 화장실에 대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집니다. 매일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더라도 모래 사이에 놓인 맛동산을 구경하는 것보다 주는 밥을 잘 먹는 고양이를 지켜보는 편이 훨씬 뿌듯한 건 사실이지요.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닌지, 집사의 수고를 덜어주는 '전자동 스마트 고양이 화장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생산된 C 제품도 있고, 올해 초 국내에서 소셜 펀딩에 성공한 R 제품도 있고, 얼마 전에는 미국의 킥스타터에서 F 제품이 출시되어 130만 달러가 넘는 펀딩에 성공했다는 뉴스도 있었죠.
이런 아이디어 상품은 냥님이 잘 써 주기만 한다면 고양이도 좋고 집사도 좋은 핵이득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큰맘 먹고 샀는데 도무지 쓰시질 않는다면?
이런 '개손해' 상황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요. (Youtube, Cat Logic 캡처)
고양이마다 각자 성향은 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고양이들은 아래와 같은 조건을 가진 화장실을 선호합니다.
-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지 않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위치
- 배뇨/배변에 적당한 크기 (가로 세로가 각각 고양이 몸길이의 1.5~2배)
- 식사 장소와 화장실이 나란히 있거나, 다른 고양이와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선호하지 않음
- 낯설거나 강한 향이 나지 않으며 배설물을 안정적으로 파묻을 수 있는 깊이의 모래
일반적으로 배뇨/배변 실수나 화장실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 전문가들은 우선 화장실이 적절한 방식으로 배치/제공되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의외로 많은 경우 화장실과 관련된 기본적인 내용을 간과하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챙겨주는 고양이가 쥐를 물어다 주면 마음은 고맙지만 같이 먹을 순 없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물건을 사 주더라도 고양이가 적응할 수 없는 방식이라면 소용이 없을 겁니다.
무작정 편리한 상품을 사기 전에, 원래의 화장실은 불편 없이 이용하고 있었는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집사의 센스가 아닐까 합니다.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에디터 김승연 <ksy616@inb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