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드라마 대사 속 '신피질의 재앙'에 대해 언급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인간의 뇌처럼 대뇌 신피질이 없어서 똑같은 하루를 살아도 지루하지 않다'는 어떤 대사와는 달리 실제로는 고양이도 신피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죠.
고양이 생각이야 아직 우리가 정확히 알 방법이 없어도, 해부학적인 구조상 신피질로 여겨지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대뇌 말고 소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고양이가 지난해 외국의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영상 속의 고양이는 쏘린(Thorin)이라는 이름을 가진 검은 고양이인데요.
정원 풀밭을 뛰어다니는 쏘린은 어쩐지 우리가 알고 있는 날렵한 추적자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자주 넘어지곤 합니다.
영상을 올린 보호자의 코멘트에 따르면, 쏘린은 뇌에 발생할 수 있는 기형 중의 일종인 소뇌 저형성증(cerebellar hypoplasia)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소뇌는 척추동물에서 발달한 기관으로, 여러 감각들을 통합해 받아들이고 운동 근육(골격근)을 제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뇌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거리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게 되어 넘어지거나 물체에 부딪히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운동 부전 증상이 심각해 먹거나 마시고 배변 활동을 하는 데까지 지장이 있는 경우, 삶의 질이 무척 낮아지게 되는데요.
"자주 넘어질 뿐이지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He lives a totally happy life, he just falls over a lot.)는 보호자의 언급과 영상을 볼 때, 다행스럽게도 쏘린은 부자연스러운 운동을 제외하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앗, 우리 고양이도 뛰어놀다가 자주 넘어진다고요?
영상 속 쏘린처럼 눈에 보일 정도로 자주 넘어지는 게 아니라면, 백치미를 흘려주신 것일 뿐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에디터 김승연 <ksy616@inb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