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꽃밭으로 만든 삶에게 감사하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글을 만났다.
딸을 통해 전해지는 하늘의 마음을 만났다.
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꽃밭이었다.
물론 꽃잎이 영원하지 않다 해도 짧은 지구별 여행에서 만나는 숨막히는 꽃들의 향연은...
순간이기에 더 아름답다.
영원은 개념이고 순간은 경험이다.
경험보다 개념을 붙잡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빠져나와 마음껏 즐겼다.
아름다운 지구별 소풍에서의 꽃향기...
다행스럽게도 어젯밤 엄마와 아빠는 지난 주 유채꽃양이 보내준 편지와 그 속에 꼭꼭 눌러담은 정성스런 시어를 통해 오감만족 중이었다.
국화과에 속하는 노랑선씀바귀와 유채의 기분좋은 노랑, 고즈넉한 보라색국화는 댓구보다 강렬한 시각적 대비.
필멸에 속하는 인간에게 사랑을 선물한 자애로운 자가 심은 그 씨앗이 육체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아스라히 퍼져 나가는 꽃향기.
열이 올라 발갛게 달아오른 그 이마에 밤새 물수건을 갈아주고 다리를 주무르던 보드라운 손끝의 감촉.
노랑선씀바귀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유채꽃양의 앙증맞은 목소리, 씨앗을 심고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속삭이듯 귓가에 울려퍼지는 은방울 소리.
새벽녘 잠이 깨어 하루 종일 움직인 휴일, 약간 피곤한 느낌이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이 아름다운 마음을 읽고 다시 앉을 수 밖에 없구나. 마치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의 시편을 듣고 늦은 밤에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듯...
우린 서로가 물질로 연결되어 모습을 갖추기 전, 까마득히 오래전부터 이렇게 연결되어 꼭 만날 수 밖에 없었구나.
푸르스름한 어둠이 내린 창문너머로 반짝인다.
먼 산 불빛처럼 아스라하던
세 살짜리 네 눈동자가 떠오른다.
더 높이 떠오른다.
19년을 모아온
지혜의 안광,
별빛되어 쏟아진다.
활자로 된 빛나는 네 그 선한 눈빛,
별빛되어 창문 뚫고 내 가슴에 들어와 박혔다.
흑요석 속에 박혀 있는 영롱한 진주빛 플라즈마,
행성이던 지구가 별이 되어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 눈빛이 있는 한
지구는 태양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서도
별이 되어 빛난다.
아름다운 너의 눈빛이
어둔 방 구석구석을 비춘다.
눈을 뜨니
캄캄했던 방은 네 눈빛을 받아
기분좋은 샛노랑 유채꽃밭이 된다.
천사들의 합창이 은방울 소리처럼 짤랑거린다.
눈을 감으니
연분홍 메꽃이 남녘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아, 아름답구나!
삶을 온통 꽃밭으로 만드신 이의 지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