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아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부모님께 갖고 싶은 선물 목록을 적어 주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점점 아이들이 순수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영화나 동화 속에서는 화려한 트리 아래 선물 상자들이 쌓여 있는 크리스마스 장면들이 많지만, 우리 집은 늘 똑같았다. 매년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맡에는 초코파이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물론 초코파이는 맛있는 간식이었지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기에는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초라했다. 동네 슈퍼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그것이 산타가 준 특별한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갖고 싶은 것을 정해서 간절히 기도도 해 봤지만 선물은 변함 없었다. 사실 서운함보다 더 컸던 건 의문이었다. '왜 산타 할아버지는 몇 년째 나에게 초코파이만 주시는 걸까?' 초코파이를 좋아하긴 했지만, 크리스마스 날 눈을 떠서 머리맡에 있는 그것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기분은 즐겁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해 크리스마스 새벽, 나는 초코파이 두 개를 선물로 주는 산타클로스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잠이 들었다가 잠깐 깼는데 엄마가 장롱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걸 본 것이다. 그건 초코파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고, 대신 장롱에서 초코파이를 꺼내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 산타클로스를 믿었던 마음과 함께 산타클로스에게 품었던 의문과 불만은 엄마가 장롱에서 초코파이를 꺼내던 날 깨졌지만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날 멋쩍게 웃으시던 나의 산타클로스, 엄마의 모습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