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20대에 여행에 눈을 뜨고 난 후부터 나는 늘 해외 도피 생활을 꿈꾸며 살아왔다. 결혼 전 이상형도, 생각만 하는 나 대신 나를 끌고 함께 진취적으로 떠돌아다닐 사람이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는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없었다. 정처없이 발리로 오자,했을 때는 일종의 도피였다. 뭐든 연결고리로부터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나는 환경이 바뀌면 사람은 바뀌게 돼있다고 믿었다. 도망치듯 발리에 왔는데, 나는 똑같은 사람이었다. 심지어 생판 다른 환경과 마주한 불안한 인간은 더 불안하기만 했다.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20대에 나는 자신만만했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막연하게나마 있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게 다 흔들렸다는 걸 알았다. 내가 알던 좋은 모습의 내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끔찍해졌다. 최근 정말 깜짝 놀란 사실은 내 인생의 지향점이 전혀 없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였다. 목표가 필요하다는, 그 뻔한 생각조차도 못하고 당장 발 밑에 있는 모래들만 치워내고 한발한발 간신히 걸었던 기분이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건 뭘까, 그게 있어야 작은 일에 일비일희하지 않는다던데, 아니 나는 소소한 일에 울고 웃으며 그냥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것도 같은데, 올해의 목표- 영어 공부하기, 책 많이 읽기 같은 그런 목록- 같은 건 잠시 접어두고,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찾아봐야 하는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