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의 의미
3월 말 폭설과 엊그제의 싸늘한 바람, 그야말로 '꽃샘추위'다.
이 단어를 수십 년 동안 교과서와 사전에서 배워 당연하게 써왔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어쩌면 이렇게 시적인 단어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꽃샘추위'란 봄이 와서 물러가려던 추위가, 피어나는 꽃을 보고 질투라도 한 듯 다시 한바탕 몰아치는 날씨를 뜻한다. 겨울이 완전히 떠나기 아쉬워 마지막으로 애잔한 시샘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주, 3월도 절반이 지나며 이제 완연한 봄이 오겠구나 싶었다. 많은 이들이 겨울 점퍼를 장롱 깊숙이 넣고, 두꺼운 옷을 정리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우리의 행동이 서운했던 걸까?
아직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모두가 봄만을 기다리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걸까?
봄이 오려는 순간, 겨울이 마지막 질투를 하며 머물다 가는 이 느낌을 '꽃샘추위'라는 단어에 담아낸 것이 참으로 경이롭다.
꽃샘추위의 마음을 시로 남겨 본다.
꽃샘추위
여지행
이 겨울, 등 돌리고 떠나려 하지만
모두가 꽃 피는 날만을 바라보네.
춥다고 옹기종기 모여 온기를 나누던
함께한 시간을 떠나보내기가 아쉬워서,
지나간 계절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으로 시샘을 부려본다.
괜찮다고, 이제 보내주겠다고
그 서운한 마음을 다독이며
이번 겨울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한다.
서로를 안아주며, 다시 만나자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하루는 참 추웠지만, 이상하게 춥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봄이 오려나 보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시간 같다. 우리는 또다시 만날 테니,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번 겨울과의 마지막 인사. 그렇게 꽃샘추위와 작별했다. 그렇게 또다시 봄과 여름, 가을의 시간을 채우고, 언젠가 다시 만날 겨울을 기약한다. 꽃샘추위란, 겨울과 우리가 나누는 마지막 깊은 포옹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