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씨티

by 너랑 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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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중계역에서 보이는 3개의 커다란 굴뚝에 대해 알아봤다. 그런데, 노원이 품고 있는 이 굴뚝들을 주제로 만든 작품도 있다. 작품의 이름은 바로 <굴뚝씨티>. 게임으로 구현된 이 작품에는 굴뚝 뿐만 아니라 건영백화점, 무지개다리 등 우리에게 친숙한 장소들이 등장해서 재미를 더해준다. 2016년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며 여러 주민에게도 선을 보였는데, 이번에 <굴뚝씨티>를 만든 구자명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년 전에 과기대 대학원에 조형예술 전공으로 입학해서 현재 4학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학부때는 서양화과를 나왔는데, 여기는 좀 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학과입니다. 현재는 연구조교로서 교수님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로 하시는 작업은?

미디어 기반 오브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백남준 작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미디어, 회화, 드로잉 등이 합쳐진 것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의도하는 바가 있으면 원하는 매체를 가져다 쓰면 되는 거죠.


<굴뚝 씨티>를 만들고, 전시하게 된 계기는?

작년에 북서울미술관에서 학교와 연계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해서 수업의 일환으로 참여했습니다. 팀들끼리 상의 후 게임이라는 매체를 사용하게 되었고, 직접 개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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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굴뚝 시티>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당시 저희 팀 이름이 ‘페파쿠라’였어요. ‘페파쿠라’는 소프트웨어 이름인데, 3D 프로그램을 2D 평면에 펴주는 작업, 쉽게 말해 종이접기처럼 전개도로 펴주는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3D를 펴면 안에 있던 접힌 부분, 면이 부딪히는 부분을 볼 수 있는데 이렇듯 노원구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구석, 발견하지 못했던 구석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페파쿠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은, 놓치고 있는 부분이나 장소를 각자의 시선대로, 모두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오해의 시선이라든지 잘못읽고 있는 부분이 좀 더 재미있고 낯선 풍경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노원구는 아파트가 정말 많은데, 그 사이로 뒤에 산이 2-3개가 있잖아요. 그런 멋진 풍경을 보다 보면 뽈록 뽈록 굴뚝이 있어요. 아파트만 보면 백색의 도시인데, 아파트 위에 있는 뻥 뚫린 공간이 있고 그곳에 굴뚝이 있는 거죠. 기존의 흰색의 공간이 아닌 굴뚝을 보며 하늘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굴뚝은 제 어린 시절에는 존재했던 것인데 이제 난방 시스템이 바뀌었으니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잖아요.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꼈어요. 시간이 지나 재개발 등이 진행되면 굴뚝이 가장 먼저 없어질텐데, 기념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노원구 주민 평균 나이가 33.3세. 젊은 층이 많아요. 그래서 제 또래의 젊은 부부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분들도 저처럼 어렸을 때 마지막으로 굴뚝을 본 세대일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굴뚝을 기억할 수 있는 세대이고, 그 자식들은 굴뚝을 잘 모르는 세대인거죠. 어린 친구들에게 굴뚝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었고, 잊혀져 가는 굴뚝을 젊은 세대가 다시 한번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굴뚝을 보면 지도에 위치가 나오지 않아요. 공터로 표시 되더라고요. 그래서 굴뚝 카드를 만들어서 굴뚝 하나 당 이름을 부여하고 형태, 위치, 어디에 있는 몇 미터의 무슨 굴뚝이라고 썼어요.




그럼 게임의 형태로 구현하시게 된 이유는?

게임으로 가져오게 된 계기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인데, 결국 미술관 안에 전시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형태인 게 아쉬웠어요. 공공미술은 좀 더 액티브 해야 하고 현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결국 미술관 안에 전시되고 박제되는 형태로 밖에 할 수 없는가 생각했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꺼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냥 고정된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른 가변적 형태를 원해서 게임을 인터넷 상에 올렸어요. 그러면 자유롭게 게임을 다운받아갈 수 있고, 어떤 사람이 실행하느냐에 따라서도 변화할 수 있는 거니까요. 작품을 끝까지 보거나 중간에 때려치거나, 아예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모두는 관객의 선택인거죠.


굴뚝시티는 굴뚝 카드와 게임으로 이루어진 전시인 건가요?

작품은 굴뚝시티 게임 프로그램 하나예요. 640*480픽셀의 GMK 파일 하나가 작품이에요. 여기 설치된 굴뚝카드는 작품은 아니에요. 이렇게 구성된 전시 자체는 체험을 위한 플랫폼 같은 형태예요. 일반 가정집의 풍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정 집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일반 스피커라던가 컴퓨터 등의 기성품을 가져다 사용했어요. 마치 집에서 게임을 하는 듯한 풍경을 내고 싶었어요.


이 게임에 카드에 담긴 굴뚝들이 모두 나오나요?

아뇨. 다 담고 싶었는데 혼자 만들다보니 한계적 부분이 있어서 5-6개의 굴뚝만 등장해요. 굴뚝 하나 당 한 판이고요. 전반적 스토리는 굴뚝이 고장나서 가정집에 뜨거운 물이 안 나와요. 그래서 굴뚝센터에 연락해서 굴뚝 청소부를 불러와서 굴뚝청소부가 한 굴뚝을 청소하면 클리어가 되고 다음 굴뚝으로 넘어가게 되는 시스템이에요. 이게 북서울미술관 근처에서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무지개 다리 등 그 주변 풍경이 들어가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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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함께 플레이를 해볼 수 있게 공유해도 되나요?

미술 전시 자체가 3개월 동안이었어요. 그래서 전시가 끝난 동시에 만료가 되었어요. 그래서 다운만 못 받을 뿐인거죠. 저는 전시가 끝난 뒤에도 파일들이 소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전시관에서 본 것만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게임을 다운받은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게임 파일을 보내는 것도 전시의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희선 : 우연찮게 전시를 봤는데 초등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아서 해볼 수도 없었어요.

맞아요 초등학생한테 인기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주희 :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자꾸 죽었어요.

저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그러더라구요(웃음)


이전에도 지역 관련 프로젝트를 해보신 적이 있는지?

아니요. 전에는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적이 없었어요. 추계예술대학교를 나왔는데, 그쪽도 재개발 지역이라서(아현동) 제가 다니기 이전에 그런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이번에도 지역 연계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어요. 8/20일 쯤에 오프닝을 하는데 공릉동 철길 쪽에서 해요. 나중에 한 번 놀러오세요. 이 프로젝트는 깔세상가에서 시작해요. 지하철 양말 파는 공간같은 곳. 그런 곳을 보면 박리다매로 팔 수 있는, 저렴한 물건을 가져다가 테스트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왠지 이 동네에는 잘 팔릴 것 같아서 가져다 파는 건데, 이게 미술인들이 하는 행동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도 단기간으로 깔세상가를 빌려서 6개 팀이 로테이션 전시를 해요. 이것도 학교 연계로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하게 된 것이라서 노원에서 하는 거죠.


지역 연계 프로젝트를 해보니 어떠신가요? 일반 프로젝트와는 다른가요?

일단 예산이 주어저요. 북서울 미술관 전시도 노원구 주민의 세금이 담긴 프로젝트예요. 서울시도 그렇고. 그래서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더욱 게임의 형태를 띄고 싶었던 걸 수도 있고요. 나만 이 게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상에 퍼트리고 싶었던 이유도, 소유권을 확장시키고 싶었던 것도 환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였어요. 그래서 이게 게임의 형태를 띄고 인터넷에 올라갈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 이유가 됐어요.

지역 사람들의 돈으로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환원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게 중요하고, 이게 일반 프로젝트와 다른 점 같아요. 엄청 대단한 게 아니더라도 이 동네 사람들이 굴뚝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만 되어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사라져가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여러 도시의 요소 중 굴뚝에 집중하신 이유는?

작품을 만들다 보면 개인적 바람이 가장 크잖아요. 무엇보다 저는 연기나는 굴뚝을 보고 싶었어요. 계속 굴뚝을 봐도 연기가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안쓰럽다고 생각했어요. 굴뚝이 되게 높이 있어서 잘 보이기는 하는데, 연기가 나오면 좀 더 눈에 잘 띄고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잖아요. 그게 바람이었어요. 하늘을 보니까 수락산도 있고 되게 넓고 깊이감 있는 하늘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기 연기가 났으면 좋겠다'가 가장 큰 계기였어요.


전시 당시 관람객들의 반응은?

북서울에서 게임 시간을 1인 5분으로 제한을 걸었어요. 그때는 체험판이라 한 탄 밖에 없었거든요. 근데 게임이 좀 어렵다보니 관객 반응이 ‘이제 좀 하려고 했더니 5분이 끝나버렸다’며 아쉬워하셨어요.


전시를 나중에라도 다시 해볼 생각이 있나?

지역 연계성 프로그램이다 보니 아마 이 작품을 다른 곳에 전시하거나 하진 않을 거 같아요. 그리고 이미 이 작업을 제 손을 떠난 것이기 때문에, 노원을 소개하는 아카이빙으로 써야한다 싶을 때는 얼마든지 써도 무방해요. 이미 공유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작품이에요. 누구든지 이걸 공개하고 공유해도 저는 상관 없습니다.




글, 인터뷰 : 이주희, 온희선

사진: 구자명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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