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1일 일기
대청소
오늘은 오전 내내 대청소를 한 날입니다. 아이들의 등교와 등원을 마치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가서 곰팡이 제거제와 욕실세정제를 뿌렸습니다. 양손에 들고 쌍권총처럼 뿌렸습니다. 어떤 어르신이 봤으면 "야야 그러면 안 된다" 하실 만큼 마음껏 쏘았습니다. 화장실 2개를 욕실세정제 쌍권총으로 초토화시켰습니다. 환풍기를 켜고 위풍당당하게 화장실을 나왔습니다. 이제는 아이들 옷 차례입니다. 아이들 옷을 모두 꺼내어 집을 한껏 어지럽힙니다. 사실 이건 아이들이 저녁에 자주 하는 일입니다. 나도 못해서 안 하는 건 아닌데, 오늘만큼은 아이들처럼 옷을 다 끄집어 내 봅니다. 그리고 얌전히 앉아서 옷을 분류합니다. 계절에 맞는 것, 계절에 맞지 않는 것. 옷들을 분류하면서 본 '노동영상'이 바로 문상훈 님의 빠더너스 오당기입니다. (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리며)
나를 설명하고 싶은 밤.
제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바로 이 대화입니다.
그 꼴불견이 딱 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세상이 정해놓은 이것, 아니면 저것 안에 포함되지 않는 욕심 많은 사람이거든요.
'아주 소심하지만 건드리면 뭅니다'
'혼자 있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충분해야 고독도 즐겁습니다'
'유연하지만 단단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고요.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 T지만 마음을 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F'입니다.
'독서나 공부를 거의 매일 즐기지만, 누가 정해놓은 공부는 계속 미룹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지향하지만, 갑자기 잡힌 술자리에 도파민 터지고요'
누구도 저를 단시간에 파악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오래 사귀어야 친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적어도 3년에서 5년은 봐야 저를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저와 같은 사람은 일관성이 없고 잘 읽히지 않아서, 공간을 남겨두지 않는 사람이 봤을 때는 모순투성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간을 남겨두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저에게 모순적이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너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고 말해주거든요. 그런 다정한 사람들만 제 옆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다 물어버려서 주변에 안 남기도 합니다.
저에 대한 설명이 길었습니다. 일기는 혼자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문상훈 님이 쓴 책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에서 말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것이기도 한가?라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확실히 읽는 사람을 의식하고 쓰는 일기이기도 하니까요.
금요일 밤, 문상훈 님의 영상을 핑계로 저에 대한 설명을 조금 해보았습니다. 복잡한 저라서 그런지 몰라도,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싶은 건 저의 기본욕구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