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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Jul 03. 2023

2023년 어느 날의 일기


얼마 전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다.


친구는 열과 성을 다해서 나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지만 나는 탐탁지 않았다. 친구의 말을 듣고 “맞아”, “그럴 수 있지”라면서도 머리로는 딴생각을 했다. 그가 내가 지루해하는 걸 눈치채면 어떡하지 걱정하기도 했다. 그의 마음을 내가 무시해 버린 건 아닌지 곱씹어보기도 했다.


그의 말은 굉장히 미래지향적이었다. 현재에 머무르면서도 한 치 앞을 내다봤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벅찬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좋은 말들 속에 나의 현재는 무시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겐 안 좋은 기억일지라도 현재 내가 그 자리에 있는 이상 ‘그 자리’를 존중받고 싶었다. 그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나의 자리를, 그곳에 서 있는 내가 별로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네가 틀리고 내가 맞은 것은 아니었다. 누구 하나 옳고 그른 것은 없었다.



*

하지만 그렇게 돌아선 내가 너무 못나보였다. 나는 왜 그런 하찮은 마음밖에 가지지 못했을까, 어쩌다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되었을까.


내가 생각한 30대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아마 40대가 되어도, 더 나이가 들어서도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는 미련한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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