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만족시키는 급식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다.
꾹꾹 눌러쓴 글씨 하나에도 나의 완벽주의가 드러났다.
대학교에서도 ‘1등’이 아니라
‘100점’을 목표로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수석 입학, 수석 졸업.
이런 경험들은 어디서든 1등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게 심어주었다.
하지만 이 완벽주의는 ‘영양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한 번,
그리고 실제로 영양교사로 일하면서
다시 한 번 무너졌다.
임용 준비는 장거리 레이스다
임용을 준비한다는 건
1년이라는 긴 마라톤을 달리는 것이다.
매일 지쳐가고, 내 마음도 점점 갈려나갔다.
물론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시험이었지만,
내 머리로는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그땐 정말, 꼴등으로라도 붙고 싶었다.
1차 시험을 마치고는 당연히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울었다.
2차 면접을 보고 나서도 또 울었다.
그 눈물은 슬픔보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다시 이 장기전을 치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2차 면접을 본 뒤, 제약회사에 지원했다.
(제약회사는 붙었지만,
면접 전에 임용 합격 소식을 들었다.)
영양교사 임용 합격 후의 현실
“임용만 붙으면 정말 잘할 수 있어!”
그땐 그렇게 믿었다.
사실,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도 제대로 몰랐으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급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600명이 넘는 아이들.
모두가 원하는 음식이 다르고,
심지어 교직원들도 같은 급식을 먹는다.
내가 맞춰야 하는 연령층은 7세부터 62세까지다.
그들은 한마디 하지만,
내 급식은 매일 수백 마디의 평가를 받는다.
그 수백 마디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진다.
‘하루하루 평가받는 직업’이라니...
힘들 수 밖에.
공짜급식에 쏟아지는 훈수
심지어 급식을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평가받는다.
바로 ‘학부모 급식 모니터링’이라는 이름으로
불만이 모인다.
대부분 급식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는
비전문가의 입에서
실현 불가능한 요구들이 쏟아진다.
“우리 애가 급식이 맛없대요. 그냥 맛있게 해주세요.”
“만족도 조사는 90%가 만족이라는데요?”
“그건 맛있는 날 조사해서 그런 거예요. 믿을만한 조사가 아니에요.”
“전 150명을 조사했습니다. 학부모님은 몇 분한테 물어보셨나요?”
“4명이요. 근데 다 맛없대요.”
“그럼 아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요?”
“…”
자기 자식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왜 이렇게 훈수가 많은 걸까.
공짜 급식인데도.
학교에 영양교사가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급식으로 먹고 싶은 것만 주면 될까?
아니다.
급식은 매일의 교육이다.
학교에서 영양교사가 필요한 이유는
‘수업’ 외에 ‘삶’을 교육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올바른 방식으로 섭취하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그렇기에 영양교사가 급식과 수업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는 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걸.
그래도 나는 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급식을 만들기 위해 매일 고민한다.
그게 지금의 내 목표다.
생각해보면,
내 완벽주의가 부서진 게 아니라
그저 조금 내려놓은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