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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h들 Dec 22. 2023

누드크로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

누드크로키수업 영업비밀(?)

미스릴공방의 작가 겸 모델 이선화입니다. 누드크로키는 사람마다 접근법이 다르긴 하지만 초보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많은 실수가 나는 부분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고민도 많이 하고 시간 많이 들여서 직접 정리한 글이니 발췌하실 때는 꼭 답글 달아주신 후 출저를 밝혀주시기 바랄게요:)


1. 손, 발의 크기

크로키에서 시간에 쫓기다보니 손발을 아예 그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겨우 손 발을 그렸어도 원래보다 작게 그려져있는 경우도 많죠. 손발을 정확한 형태로 그리기보다는 가지처럼 손가락을 그리더라도 원래보다 크게 그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히려 더 과장된 느낌으로 그려도 그림의 동세가 살아납니다. 평소에 손과 발 그리기를 습관화하여 자기 손 직접 보고 그리기를 많이 연습해두시면 크로키할 때 도움이 많이 되실겁니다.


2. 머리형태와 고개의 각도

두상 연습도 모델 크로키 외의 시간에 따로 연습해두면 좋습니다. 크로키를 그리다보면 머리 그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자꾸 뒤로 미루게 됩니다. 그러나 크로키나 인물화에서 고개의 각도와 머리 비율은 그림 전체의 동세에 큰 영향을 줍니다. 처음에는 조금 미뤄두더라도 짧은 시간에 익숙해짐에 따라 점차 얼굴 방향만이라도 표시하려고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코와 턱, 귀 정도로 조금씩 추가하다보면 본인 그림 스타일에 맞는 표현과 생략의 밸런스를 찾게 되실 거예요.


3. 허리길이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그리고 크로키를 오래하신 분들도 형태감에서 가장 많이 무너지는 부분이 허리를 너무 길게 그린다는 점입니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야한다는 인식 때문에 거기 맞춰서 선을 긋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꾸 허리가 길어지게 됩니다. 이는 일부러 어느정도 인식을 하고 계속 고쳐나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그 왜곡된 길게 뻗은 허리가 더 매력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논외겠죠?)


4. 그리는 순서

크로키 수업을 받다보면 몸통을 먼저 그려라, 머리를 먼저 그려라, 뼈대를 먼저 그려라, 전체 도형화를 먼저 그려라 등등 선생님들마다 그리는 순서를 정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서부터 그려야할 지 모르는 초보자분들에게 가이드나 참고사항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명심하셔야하는 점이,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화실 선생님들의 가이드에 맞춰 접근을 하되 어느정도 크로키 시간에 익숙해지면 포즈를 보고 더 집중하고 싶은 부위를 먼저 그리는 것도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모든 부위를 담아낼 수 없다면 오히려 다양한 접근순서가 더 특색있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5. 너무 연한 선, 짧게 끊어진 선

처음 크로키를 하다보면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선 하나를 그으면서 온갖 번뇌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마치 데셍 비율 잡을 때 처럼 선을 여러번 긋거나 수채화 스케치처럼 연한 선으로 라인을 긋게 되는데요. 형태가 조금 틀려도 괜찮으니 진한 선으로 그으려고 노력해보세요. 너무 심하게 잘못 그었다면 그냥 그 위에 다시 그으세요. 연하고 확신 없는 선들보다는 오히려 잘못 그었지만 진하게 그은 선들이 만든 우연한 그림이 더 느낌을 살려주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우리가 처음부터 크로키로 대작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6. 선과 면 처리

크로키를 하다보면 선에만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동세를 짧은 시간에 담아내는 것이 크로키인데 그게 꼭 선으로만 표현되어야할까요? 당연히 면과 명암으로도 표현이 가능합니다. 물론 인체 전부를 선으로 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여기에 명암까지 추가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앞서 표현과 생략에 대해 잠깐 언급했는데요. 선 뿐만 아니라 콘테를 문지르거나 목탄이나 흑연을 눕혀 옆면을 사용해서 넓은 면적으로 방향성만 표현해보세요. 인체는 우리에게 워낙에 익숙하기 때문에 일부만 표현이 되어있어도 생략된 부분을 알아서 연장해서 보게 되거든요.


7. 형태감과 과장의 밸런스

정확한 형태감과 과장법을 통한 왜곡의 밸런스는 크로키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사진처럼 또렷하고 정확한 비율로 인체를 그려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왜곡 없이 그리려고 하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그것이 꼭 매력적인 크로키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만화책을 볼 때 인체 비율이 어떻게 표현되어있나를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어떤 부분들은 신체 비율이 과장이 되어있고 심지어 액션신 등 동적인 표현을 할 때에는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선들로 그 동세를 담아내기도 하죠. 크로키도 마찬가지입니다. 형태감은 유지하되 과장을 더하면 더 생생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 대학교 전공 강의에서 하는 이야기들이고 저 역시 직접 많은 크로키를 보고 그리며 깨달은 것들이예요. 아주 기본적인 내용들이지만 정말 중요한 내용이니 크로키 처음하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오래 해왔던 분들도 꼭 체크해보시길 바랄게요. 누드크로키수업들의 영업비밀(?)을 너무 많이 풀어버린 것 같지만 하하하 예시 자료와 더 디테일한 내용들은 수업시간에 풀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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