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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Nov 26. 2024

숨바꼭질이 끝나면

까꿍, 꺄르르, 그리고 꼬옥 안아주기



우리 집은 12월에 바닥 식사를 한다. 아니 작년까진 그러했다. 식탁이 다른 용도로 쓰이기 때문이다. 바로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집. 2021년부터 시작된 이 연중 행사는 작년까지 이어졌다. 12월이 머지 않았다. 작년에는 그 전들보다 머리쿵쿵이 심해져서 인지 흥미가 덜해진 듯 했지만 그래도 아늑한 그 식탁 아래의 분위기가 좋았다. 올해도 해야 하나 지금부터 식탁을 한 번 씩 노려보고 있다.




2021년 우리의 크리스마스 작은집


2022년 우리의 크리스마스 작은집


2023년 우리의 크리스마스 작은집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작은 공간에 숨기를 좋아한다. 식탁 아래, 책상 아래, 이불 속, 옷장 등. 숨바꼭질의 본능이 있는 것일까? 이 크리스마스 집도 정말 무엇도 알지 못하면서 너무 신나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저것 자신들의 보물같은 물건들을 한 가득 끌어안고 와서는 식탁아래 크리스마스집 안 구역을 나누면서 여기는 내방 저기는 네방이라며 꾸미기도 하고 온갖 과자도 거기서 먹고 심지어 밥도 거기다 차려달라고 했다.


엄마는 들어오지 말랜다. 한번씩 선심쓰듯 들어와도 돼. 라고 해주지만 일단은 내가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은 절대 아니다. 그들만의 공간. 그래 존중해줄게. 모두에게는 본인만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너희에게도 나에게도.


 




본인만의 공간이라고 하니 요즘 아이들이 하는 행동들 중 귀엽기도 어이없기도 한 것들이 생각난다. 아직 마냥 어린 아이들 같지만 확실히 예년에 비해 삐짐과 토라짐의 빈도와 정도와 방법이 달라졌다. '너무해!', '나빴어!' 라며 토라져 꽁해있기도 하고 엄마아빠가 더 미울 때에는 방으로 들어가 구석진 곳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혼자 울음을 삼키고 있는 경우도 꽤나 있다. 첫째 아들은 이런 경우 조용히 몰래 들어가 숨어 혼자 조용히 울고 있거나 분을 삭히고 있고, 둘째 딸은 나 지금 화났어! 나 지금 토라졌다구! 를 보란 듯 티를 내며 발걸음 쿵쿵 이방에 숨었다 저방에 숨었다 한다. (나이 때문인지 성향 때문인지 참 다르다) 숨바꼭질의 목적이 '나를 찾지마!' 와 '나를 얼른 찾아줘!' 로 매우 다르다.


 


혼자 숨을 곳. 숨어서 본인의 감정을 달래줄 시간을 갖는 곳. 꽁꽁 숨어있는 아들, 숨어있지만 자기의 숨은 곳을 온몸으로 아우성치는 딸. 숨바꼭질의 목적은 너무나 다르지만 다행히 두 경우 모두 그 숨은 공간에서 끌어내주는 사람은 아직은 엄마 그리고 아빠이다. 엄마아빠가 두 손 내밀어 먼저 안아주던, 아니면 아이들이 슬그머니 나와 엄마아빠의 품으로 파고들던. 어쨌든 다시 서로를 꼬옥 껴안아야지만 이 숨바꼭질은 끝이 난다.


 


꽁꽁 숨고 싶은 날. 잠시 혼자 꽁꽁 숨어있다가 그 곳에서 나오고 싶을 때 언제든 두 팔 벌려 안아줄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으로 든든한 일일 것이다. 든든한 존재가 되어줘야지. 그리고 또 한가지 더한다면, 내가 혼자 있고 싶어 꽁꽁 숨어있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고 나를 꼬옥 껴안아주는 작지만 무엇보다 든든한 너희, 우리 가족이 있음에 감사한다.




 



 


나무그림자에숨은날 / 김윤이 지음 / 한울림어린이



<나무그림자에숨은날>. 그림책의 시작, 엄마와 다툰 딸은 의자를 박차고 무작정 집을 나섭니다. 나를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것 같아 나무 그림자에 쏙 하고 숨어버리죠. 그렇게 쏙 하고 숨어 나무 그림자 아래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다시 생각나는 건 엄마, 그리고 가족입니다. 엄마도 마찬가지였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를 꼬옥 안아준답니다.


누구나 숨고 싶을 때가 있을 거에요. 누군가와 다투었을 때, 우울한 일이 있을 때, 부끄러운 일이 있을 때, 아니면 무서운 누군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그럴 때 우리는 어떤 공간을 찾아 숨고만 싶습니다.


내가 어디론가 숨고 싶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나의 한 몸 숨길 곳은 어떤 공간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숨었다 다시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 더 생각나더라구요. 그래서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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