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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대화

by 월가의 한국은행원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함께 일했던 친구로 증권사로 옮겼다가 지금은 자산운용사의 파트너가 된 친구.


친구다. 금융권에 과연 친구가 있을 수 있나 싶지만, 이 친구는 친구라 믿고 싶다. 누구는 그런다. 필요할 때 전화하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고. 하지만, 필요할 때 생각나는 사람이 친구일 수도 있다.

밟길을 옮긴 곳은 브로드웨이에 있는 모간스탠리 본사. 이곳을 찾을 때마다, Reception Desk 뒤에 쓰여져 있는, 이 회사의 핵심 가치가 눈길을 끈다.


고객을 우선하고 (Put the clients first), 독창적인 금융지식으로 이끌며 (Leading with exceptional idea), 올바른 일을 행하며 (Doing the right thing), 그리고, 이롭게 한다 (Giving back)


Giving Back이란 문구에서 잠시 눈을 멈추었다. 고객에게 돌려준다? 사회에 환원한다? 그 뜻을 잠시 생각해 본다. 고객과의 관계이니, 내 고객에게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해석이 맞을 것이다. 한국이라면, 사회 환원에 더 초점이 맞추어졌을지도 모른다. 미묘한 차이를 느낀다.


모간스탠리에서 에너지쪽에 투자하는 GP로서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소위 갑이다. 37층 회의실에 방문. 한쪽에 모간스탠리가 그동안 한 딜의 기념패 (Tombstone)이 즐비해 있어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비서가 커피한잔을 가져다 주었고, 함께간 팀원과 기달렸다. Robert Lee 와 Ryan T.Jordan이 들어왔다. Robert Lee는 한국사람인 줄 알았는데, 영국식 발음을 하는 백인이었고, Ryan 은 맨하탄식 발음을 하는 뉴요커.

대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언제나 네트웍이다. 그쪽이 알만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니, 표정이 달라진다. 미국은 한국보다 더 심한 관계형 사회다. 언듯 보기엔 Rule이 지배하는 사회이지만, 네트웍은 그 Rule 위에 늘 존재한다.

본인들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데 대한 설명을 자료와 함께 친절히 들었다. 7억불의 펀드를 운용 중에 있고, 모간스탠리의 다른 인프라펀드로부터 공동투자로 딜을 할 수 있기에, 추가 펀드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 미드스트림쪽에 비중을 두고 있고, 5-15MM 수준의 EBITDA 창출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설명.

“당신 생각에 우리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미국식 질문이다. 내가 무얼 하는 사람인데, 니가 보기엔 우린 뭘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라는 직설적인 방식. 함께할 수 있으면 일을 하고, 아니면 다시 볼 일이 없다. 우리에겐 시간이 돈이다.

“우리회사가 너희가 운용하는 펀드에 Limited Partner로서 투자를 하거나, (너희가 투자하는 사업에) 대출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될 때 까지는 섣부른 공수표는 이 시장에서 자칫 거짓말쟁이 양치기소년이 되어 버린다. “너희가 어떤 딜을 하는지 샘플을 받아보고 싶다” “우리가 금융을 제공할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첫미팅을 발전시키기위한 코멘트. 상대는 받아들렸다. “NDA(비밀유지계약서, Non-Disclosure Agreement) 쓰고, 내용을 공유해 주겠다”

왜일까? 인프라 에너지쪽에 있는 미국 스폰서가 왜 한국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희망하는 것일까? 다른 미국금융기관은 어디로 갔나?

내가 일단 아는 답은, 유가하락으로 업계의 마진축소로 업황이 좋지 않다. 파워시장은 전기가격하락이 중요한 이슈다.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딜을 하는 스폰서는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타인자본이 필요한데, 미국은행이 문을 닫으니, 이 자금을 해외에서 찾는다. 그 중에 하나가 한국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한국자본은 인프라 딜을 선호하니까.

제한된 시간에 내가 속한 기관을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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