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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과 재택근무

by 월가의 한국은행원

뉴욕에 폭설이 왔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세상이 난리다. 출근길이 심상치 않다. 바닥은 눈이 쌓여서 걷기가 어렵고, 제설차량이 횡단보도 가장자리로 눈을 몰아놓은 탓에, 버스와 버스정거장 사이에 눈으로 경계가 구분되어 버스타는 것도 눈으로 쌓인 장벽을 돌아가야한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맨하탄의 버스 숫자가 현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가우뚱하게 생각하면서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출근했는지, 출근할 수 있는지 확인하느라, HR팀이 바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뉴저지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교통상황이 안좋아서 출근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연락이 온다.


프랑스계 은행의 마가렛과 전화회의를 가졌다. LNG수출터미널 프로젝트에 관한 전화인데, 집에서 근무중이라고 한다. 내가 출근했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실용적인 업무문화가 부럽다. 한국회사는 비가오던 눈이오던 이런 날에 출근하는 것이 근면과 성실의 상징인데, 이곳은 직원의 안전을 생각하는 것인지, 업무의 효율성을 생각하는 것인지, 재택근무를 허용한다.


퇴근길의 맨하탄은 저녁은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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