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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평강 Dec 19. 2023

[바이블클래스] 내 삶의 운전대를 내려놓았습니다

'Lordship' 

성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도인을 '순례자'라고 불렀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가기까지 지상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잠시 지구를 여행합니다. 

텍사스 YWAM(국제예수전도단) DTS 프로그램을 받을 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단어가 있습니다. 


'Lordship(로드십)'이라는 개념입니다.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으려 합니다. 영어로 볼 때 느껴지는 새로운 느낌이 있습니다. 

로드십 강의를 맡은 Jake는 로드십을 운전대에 비유했습니다.

이제 막 예수님과 여행을 출발하려고 하는데, 운전대에 제가 앉아 있습니다. 

예수님이 말하십니다. "내가 길을 더 잘 아니 운전대를 내게 맡길래?"


로드십은 이 세상을 여행하는 동안 예수님께 운전대를 맡기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운전대를 맡기지 못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지 못할 거란 불안, 

하나님과 함께 가는 곳이 별 볼 일 없을 것 같다는 착각, 

아니면 저처럼 하나님이 데려가시는 곳은 늘 험한 곳일 거란 오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 삶의 운전대를 내려놓지 못합니다. 


이용규 선교사님의 『내려놓음』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의 삶이 하나님께 이끌려가는 것을 지켜보며 부러워만 했습니다.

늘 '언젠가 나도'라는 마음만 품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 중에 자신의 삶이 하나님께 이끌려가길 전적으로 소망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자기 삶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사람은 많아도, 그분에게 삶의 운전대를 맡길 만큼 깊이 믿는 사람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말이죠.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이 이끄시는 모든 순간을 긍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내 삶에 보여주시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로드십을 듣고 제 안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순종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언제 하나님께 삶의 방향을 물어봤었지?

내 삶에서 기도하고 결정한 선택은 몇 개나 될까?

하나님께 통보가 아닌 대화를 신청한 적은 몇 번일까?


이사야 53:6 KRV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죄짓기 좋아하는 우리의 빠른 발은 쥐엄열매 먹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는 걸 알지 못합니다.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니 하나님이 아니라 내가 운전해서 간 곳들은 늘 막다른 골목이었습니다. 

평안도, 기쁨도, 행복도, 자비도 없는 곳들이었습니다. 


반면에 하나님이 운전해서 데려가신 곳들은 언제나 풍성함이 넘치는 곳들이었습니다.

당시엔 억지로 끌려간 것 같아서 기분도 나쁘고, 이것저것 투덜거릴 것뿐인 줄 알았는데,

삶의 장면들을 다 모아놓고 그 시간을 보니 하나님이 주신 자리엔 선물이 놓여 있었습니다. 

제가 운전해서 갔더라면 보지 못했을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정말 어쩔 수 없이 이끌려 텍사스 YWAM에 갔을 때,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돈, 직장, 인맥, 시간, 커리어, 내 인생 계획표..

이렇게 단어로 나열해 놓으니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당시로서는 가진 전부를 내려놓아야 했기에 암담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가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것들을 배웠습니다.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동역하는 기쁨.

깨지고 모난 나를 하나님의 동등된 자녀로 맞이해 주는 사람들의 따듯함. 

삶이 고역이 아니라 멋진 여행이라는 새로운 생각. 

하나님과 대화하는 방법. 

인생길을 달리기 위해 필요한 연료를 그때 다 얻은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지금 당신을 어디론가 데려가셨다면, 

그런데 그곳이 영 맘에도 들지 않고 험해 보이기만 한다면, 

잠시 먼 미래로 가보시기 바랍니다. 먼 미래에서 오늘을 바라보세요. 그럼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 하나님이 그곳으로 당신을 데려가신 이유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 주시기 위함입니다. 


로드십 강의 마지막 시간에 했던 활동이 종이에 내 안의 우상들, 중독되었던 모든 것들을 적고 태우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라헬이 훔쳤던 '드라빔'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생각했던 모든 우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돈, 쾌락, 일자리, 화려한 인맥.. 고구마 줄기처럼 내가 하나님보다 우선시했던 것들이 나왔습니다. 

우상들이 적힌 종이를 불속에 던지고 나니 눈물이 콸콸 쏟아졌습니다. 


제가 스쿨리더에게 울면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너무 무서워요. 이제 하나님이 절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시면 어쩌죠?"


그런 제 손을 잡고 스쿨리더가 기도를 해줬습니다. 그 기도는 지금도 잊지 않습니다. 


"하나님, 이 자매의 삶을 운전해 가시는 동안 가끔 멋진 바다가 있는 곳에 세워주시고, 

또 가끔은 맛있는 스테이크 집에 들러서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세요." 


기도는 단순했고, 소박했습니다. 머릿속에 풍경이 그려지는 기도였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 처음으로 하나님이 운전해 가시는 길이 그동안 내가 운전해 온 길보다 멋진 풍경을 품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 네비가 알려준 빠른 길이 아니라 잘못 든 길에서 멋진 풍경을 볼 때가 있습니다. 

고속도로는 빠르지만, 국도는 구불구불하게 놓인 길을 따라가며 정취 있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저와 멋진 풍경이 있는 여행을 하시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온전히 운전대를 맡기는 일은 어려웠지만, 

조금씩 운전대를 맡기는 시간을 늘려보니 너무 명확해졌습니다. 

하나님이 운전해 가신 길은 언제나 풍성했습니다. 


혹시 지금 삶의 운전대를 꼭 붙잡고 있는 당신, 방향도 모른 채 그저 질주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하나님께 삶의 운전대를 맡겨보지 않으시겠어요? 

생각하지도 못한 풍경으로 마음을 흡족하게 하시고, 

정확한 때에 연료를 채워주시고, 

모험이 넘치는 여행길로 인도하시는 그분을 믿어보시겠어요?

당신의 손에서 운전대를 내려놓아도 안전합니다. 

하나님은 베스트 드라이버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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