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2년 6월호(VOL.60) 여는 글
모든 것이 멈춘 듯 했어도, 시간은 참 정직히 흘러 벌써 6월입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도 어느덧 한 달, 그러고도 보름을 더 넘기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거리두기가 도입됐으니 2년 1개월 만인데, 어떠십니까? 거리에서 활기가 느껴지시나요?
이번 호 옥이네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일상 회복을 꿈꾸는 옥천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초여름의 연둣빛을 가득 머금은 옥천의 명소와 오랜만이라 더욱 설레는 축제 소식도 함께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지난 2년여 꽉 닫혀있어야 했던 마을 풍경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거리두기가 강화되던 시기, 집집마다 홀로 텔레비전을 친구 삼아 시간을 보내던 어르신들의 모습은 농촌의 일상이었습니다. 그 무료한 풍경 속, 그들의 식탁 위에선 물 말은 밥에 김치 하나 그리고 우울증 약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요. 그래서 코로나19는 ‘일상 멈춤’이 아니라 ‘일상 파괴’에 가까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테지요. 그 시간을 홀로 앉은 마루에서, 전쟁 같던 선별진료소에서, 텅 빈 복지관에서 마주하며 견뎌야 했던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괴롭더라도 끝까지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일상이 정말 우리에게 돌아온 것일까? 코로나 이전의 일상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평안한 일상이었을까? 코로나가 발견하게 한 우리 사회의 그늘을 다시 바라보고 성찰할 때, 진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옥천의 들녘은 무척 심각한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지 않은 지가 오래이니, 농촌 지역 대부분이 이렇겠지요. 며칠 전 만난 한 농민은 “이대로 일주일만 더 비가 오지 않는다면 올해 농사는 모두 망친다”며 걱정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와 닿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수도꼭지만 틀면 이토록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데, 쩍쩍 갈라지는 논밭의 상황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감각입니다.
우리 삶이 이렇습니다. 내가 만나지 않으면 바로 옆의 일이라도 알 수 없고, 만난다 해도 제대로 보고 듣고 이해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돼버리죠. 그렇게 영영 놓치고 가버리는 이웃의 고통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옥이네가 전하는 이야기도 그렇게 느껴지시나요? 코로나19로 더없이 피폐해진 농촌 어르신들의 삶, 가뭄으로 뿌옇게 피어오른 논밭의 흙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쓴 상심 어린 주름, 기후위기로 사과 농사를 접고 복숭아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멈추지 않는 한숨……. 와 닿지 않을 이야기라도 열심히 쓰고 전하겠습니다. 그것이 이곳에 발 딛고 선 옥이네의 역할일 테니 말입니다. 더불어 그곳에선 이해하기 어려울 지 모를 이야기를 함께 들어주시는 분들에게 다시 감사를 전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몰려오겠지요. 올 여름 역시 유례없이 더운 여름이 될까요? 그나마 6월은, 낮 동안은 뜨거워도 저녁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몰려와 한결 여유를 찾게 해주는 달입니다. 마냥 말랑하고 가볍지만은 않은 옥이네이지만, 6월의 저녁처럼 우리 곁을 돌아볼 여유가 되면 좋겠습니다. 진짜 여유란, 나 혼자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의 일상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