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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늬 May 08. 2023

'5월의 꽃' 산사나무는 그림에서 이렇게 쓰입니다

고기가 소화 안 될 때 좋은 효능 갖춘 한약재, 산사

메이플라워(Mayflower)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5월의 꽃이다. 

Mayflower를 사전에 검색해보면 '산사나무(hawthorn)'나 '노루귀' 등의 식물이 나오는데, 그 이름처럼 산사나무는 5월에 꽃을 피운다.


5월 1일(메이데이)은 예로부터 서양에서 봄맞이 축제를 하는 날이었는데, 이날 산사나무 꽃을 장식했다. 또한 메이데이는 또한 노동절(근로자의 날)이기도 하다. 1891년 프랑스 노동절 시위 현장에서 18살의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당시 그녀는 산사나무 꽃을 안고 걸었다고 한다. 이후로 산사나무는 신성한 노동, 노동절의 상징이 되었다.




가시 면류관은 산사나무로 만들었다?
             

▲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페테르 파울 루벤스, 1620년 경, 유화, 31.1x42.9cm,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 공유마당(만료저작물)    관련사진보기



바로크 시대 플랑드르의 화가 루벤스(1577~1640)의 그림이다. 플랑드르는 르네상스 시대에 미술과 음악의 중심지로, 벨기에 서부를 중심으로 네덜란드 서부와 프랑스 북부에 걸쳐 있는 지방이었다. 영어로는 플랜더스(Flanders)라고 한다.


동화 <플랜더스의 개>는 이곳 벨기에 플랜더스 지방의 조그만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한 화가의 꿈을 가진 주인공 네로가 보고 싶어 하는 그림은 루벤스의 작품이었다.


위 작품 <Christ on the Cross>는 <두 살인자 사이의 그리스도>라고도 불리는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그렸다. 이때, 예수님의 머리에 쓴 가시 면류관은 산사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예수님이 가시에 찔려 흘린 피가 산사나무를 물들였는데, 이로 인해 산사나무 가지를 옷에 꽂거나 집 안에 놓으면 벼락이나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 아론의 지팡이를 뱀으로 변신시킨 모세     니콜라 푸생, 17세기경, 캔버스에 유채, 92x128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17세기의 가장 유명한 화가이자 고전주의를 주도한 대표적인 화가, 니콜라 푸생(1594~1665)의 작품이다. '아론의 지팡이' 역시 산사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는데, 아론은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모세의 형이자 이스라엘 최초의 대제사장이다.


위 그림의 제목인 '아론의 지팡이를 뱀으로 변신시킨 모세'에서 알 수 있듯이, 애굽의 바로(파라오) 왕 앞에서 아론의 지팡이를 던지자 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12개의 지팡이 중 레위 지파에 속하는 아론의 지팡이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서양산사나무(좌) / 단자산사나무(우) Prof. Dr. Otto Wilhelm Thome Flora von Deutschland, Osterreich und der Schweiz 1885, Gera, Germany (좌) / Deutschlands Flora in Abbildungen, Johann Georg Sturm(저자), Jacob Sturm(화가), 1796년 (우)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산사의 효능 

산사나무는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 울타리로 많이 쓰였는데, 나무줄기에 있는 가시가 집을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결혼식 날 신부의 화관을 산사나무로 장식해 거룩한 결혼 의식에 마귀가 침범하는 것을 막았다. 로마 시대에는 아이를 재울 때 요람이나 아이들의 침실에 산사나무 잔가지를 놓아서 잠든 동안 악마가 아이를 해치지 않도록 기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산사나무는 종교, 벽사적인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말포이의 지팡이도 이 산사나무로 만들어졌다.


위 두 그림은 모두 독일의 책에 그려진 삽화이다. 왼쪽은 서양산사나무(Crataegus laevigata), 오른쪽은 단자산사나무(Crataegus_monogyna)이다. 단자산사나무 역시 서양산사로 불리기도 하는데, 거의 천년 동안 유럽에서 식용과 의약용으로 사용되었다. 서양산사는 관상동맥 혈류를 증가시키고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 관상동맥 심장 질환, 협심증, 울혈성 심부전, 고혈압 등 심장질환 치료에 쓰인다.


             

▲  산사나무        ⓒ 픽사베이     



산사(山楂)는 한자를 해석하면 '산에서 나는 풀명자나무'라는 의미인데, 풀명자와는 전혀 다른 종이다. 신맛 때문에 산사(酸楂)라고도 쓰고, 산의 풀숲에서 자라 쥐가 잘 먹기 때문에 서사(鼠楂)라고도 한다. 열매는 작은 사과 모양으로, 붉은색으로 익으며 백색 반점이 있다. 9~10월에 수확한다. 산사 열매는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 간식처럼 먹을 수 있고, 떡이나 과실주, 차, 주스 등으로 먹기도 한다.


             

▲  산사        ⓒ 윤소정        관련사진보기



한약재로 쓰이는 산사는 산사나무(Crataegus pinnatifida)의 열매를 말린 약재이다. 비위를 건강하게 하여 소화를 촉진하며, 특히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좋다. 배가 아프거나 더부룩하고, 설사가 있을 때 사용한다.


또한 어혈을 없애고 혈액의 흐름을 도와, 고지혈증에도 효과가 있다. 강심 작용, 혈압 강하, 관상동맥 확장 작용, 혈액순환 개선 등의 약리적 작용을 가진다. 다만 신맛이 있어 많이 먹으면 치아를 상하고 쉽게 배가 고프게 된다. 위산과다일 때는 신중하게 복용하는 것이 낫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미술관에서 찾은 한의학'에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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