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처방에 많이 쓰는 대조(대추)
6월 22일은 음력 5월 5일로 단오이다.
단오는 계절로는 더운 여름을 맞기 전의 초여름이며,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이다. 이날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고 씨름을 하는 풍속과 민속놀이를 즐긴다.
단옷날 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풍속이 있는데, 바로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이다.
▲ 대추나무시집보내기 광복 이후, 34.5 x 45.5cm ⓒ 국립민속박물관
대추나무를 시집 보내는 풍속은 대추나무 열매가 많이 열리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즉, 사람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처럼 식물도 혼인을 하여야 열매를 맺는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는 유실수의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풍작을 기원하는 세시풍속 '가수(嫁樹; 과일나무 시집보내기)'의 일종으로, 다른 나무들과 구분하여 '가조(嫁棗)'라고 부른다.
그림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도끼를 가지고 있고, 화면의 중앙에 있는 사람들은 돌을 들고 있다. 도끼로 나무를 두드리는 행위는 도끼에 신비한 잉태의 힘이 있다는 믿음과 관련이 있다. 또한 나무를 시집보낸다는 것은 나무를 여성시하여 가지와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 것으로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 성교의 모방, 결합을 상징한다.
조선 후기에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하고 설명한 세시풍속집인 <동국세시기>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단옷날 대추나무를 시집보내는 것은 정오가 좋다. 또 단옷날 정오에 도끼로 여러 과일나무의 가지를 쳐내야 과일이 많이 달린다. 지금의 풍속은 이를 본뜬 것이다.
이처럼,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가지가 벌려주면 실제로 열매가 많이 열린다고 한다.
▲ 작년(2022년) 가을, 대추나무 ⓒ 윤소정
가을 농촌의 풍요로움과 흥겨움을 노래하는 황희(1363~1452)의 시조이다.
대쵸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쁟드르며,
벼 뷘 그루헤 게는 어이 나리는고.
술 닉쟈 체 쟝사 도라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대추가 빨갛게 익은 골짜기에 밤은 어찌하여 떨어지며,
벼를 벤 그루터기에 논게는 어찌 나와 다니는가.
술이 익자, 체 장수가 돌아가니, (체로 술을 걸러서) 먹지 않고 어찌하리.
대추나무는 높이가 7~8m정도로 5~6월에 꽃이 피며 9~10월에 수확한다.
▲ 대추 Giuggiola a frutto oblongo. [Ziziphus vulgaris ; Jujube], 조르지오 갈레시오, 1817년~
ⓒ 아트비
조르지오 갈레시오(1772~1839)의 대추나무 그림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식물 학자이자 연구원으로, 감귤류를 전문으로 했다.
대추를 한약재로 사용할 때는 대조라고 부른다.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다.
소화기관인 비위를 보익하고 조화롭게 하여, 식욕이 없고 음식을 조금 밖에 먹지 못하며 대변이 묽은 사람에게 좋다. 또한 기운을 더하고 진액을 생기게 한다. 기와 진액이 모두 부족해서 갈증이 나고 땀이 많이 나고 권태감이 심하며 말하기 싫어하는 증상이 나타날 때에 도움이 된다.
정신이 불안한 것을 안정시켜 장조증에 사용한다.
장조증은 히스테리 발작과 비슷한 정신신경장애 증상이다. 이러한 장조증은 비위가 허약하고 혈액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여성 환자들에게서 주로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장조증을 이렇게 설명한다.
'슬퍼하며 울기를 잘 하고 하품과 기지개를 자주 하는데, 이때는 대추를 약성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태워서 가루를 낸 다음 미음에 타 먹는다고 하였다.'
대조는 비위의 기운이 허한 것을 보해주고 강장의 효능이 있어 한약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보조 약재이다. 맵거나 쓴 맛이 강한 약재를 사용할 때 대조를 함께 넣으면 약맛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
공하약(攻下藥)에 대조를 함께 넣을 때도 종종 있다. 공하약은 안에 해로운 물질이 있거나 변비가 심할 때, 대변을 묽게 하거나 설사를 일으키는 한약인데, 쉽게 설사약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공하약은 성질이 강할 때가 많은데 이러한 센 약성을 대조가 완화시켜주어, 사기(邪氣;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를 없앨 때 정기(正氣, 사기(邪氣)에 대한 저항력과 회복능력. 몸의 정기가 튼튼하면 사기가 침입하지 못한다)가 상하지 않게 한다. 특히 한의학의 많은 처방에는 생강 3개, 대조 2개인 '강삼조이'가 들어간다.
생강의 매운맛과 대조의 단맛은 궁합이 잘 맞는데, 대조는 생강의 자극성을 완화시킨다. 또한 대조로 인해 기가 몰려서 잘 통하지 못하는 것을 생강이 뚫어주어 기운을 순환시킨다. 대조를 먹었을 때 속이 그득하거나 배가 불러올라 빵빵해지는 것을 생강이 방지해주는 것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미술관에서 찾은 한의학'에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