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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vo May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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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3

식당은 적당한 분위기 지방에서는 약속 장소로 인기가 있을법한 장소였다. K는 예약한 테이블에 미리 자리를 잡고서는 오늘 만나게 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화제를 하나하나 생각했다. 의품위원회 위원이자 가정의학과 학과장인 교수는 요즘 자전거에 빠져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의 제품 모델을 꾀고 있는가 하면 예산을 담당하는 원무과장은 DIY 가구에 관심이 많아 주말만 되면 목재를 구하러 다니느라 원거리 여행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처 연락이 닿지 않은 의품위원회 간사인 약사는 지인을 통해 불참 의사를 밝혀왔다. 사실 별다른 취미도 없고 술자리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를 굳이 불러내 분위기를 멋대로 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K가 늘 그래 왔듯 실적을 최대치로 올려 매년 판매 압박을 더 받느니 '편하게 일을 하고 싶은' 자신의 바람대로 누구 하나라도 두 손 들고 반대하는 일만은 생기지 않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 평소 관심사가 주어진 직무뿐이고 일이 문제없이 순조롭게 되는 게 인생 최대 목표인 것 같은 그 간사 유형의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이 K로서는 매우 불편했다.

시간이 다다르자 하나둘씩 병원 관계자들이 도착했다. 처음 도착한 학과장 하나는 오자마자 투덜투덜거리며 입단속을 시작했다. 이런 자리 만들어서 의품 영업사원과 얽힌 사람들끼리 서로 알아서 뭐하겠냐 따로 만나는 개별적인 만남으로도 충분히 제품의 장점이나 조건들을 나눌 수 있는 것을 굳이 다 같이 만나야 하겠느냐 등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K는 같은 공간에서 이런 사람과 공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졌다.

뒤이어 도착한 병원 전속 약사는 참석자들의 신상이나 참석여부를 챙기는라 K만큼이나 분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의학품위원회 간사직을 맡고 있는 그가 위원회와 인원 구성이 판박이인 이번 모임 아마 위원회 모임의 행사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었고 요직의 교수나 학과장들의 혹시나 나올 불만을 걱정된다고 누누이 이야기하며 그나마 의사들이 선호할만한 약속 장소를 섭외하는데 다른 병원 관계자와는 다른 섬세한 조언을 해주었다

어느 조직이든 시작이 임박해서야 요직을 차지한 사람이 등장하듯이 중요 원무나 처방제의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이사장 대행이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대부분의 자리는 다행히 채워져 있었고 비로소 도착 연락을 받았을 때 경내 분위기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반면 K는 위원회 간사가 미리 귀띔을 했건만 아직까지도 비어있는 구석 한자리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여나 병원 행사가 아닌 자리에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제약사에서 새로 부임한 영업사원의 의전이 입맛에 맞지 않아서였을까?

이사장 대행도 비슷한 시기에 병원에 부임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K는 묘한 동질감 같은 게 생길 뻔했지만 병원 소재지 인근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이 지역 기반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분명했고, 보통 외부 인원을 데려와 병원 실세인 이사장 자리에 바로 앉힐 수 없어 대행 꼬리표를 임시로 붙였다는 점, 그리고 부임하자마자 암암리에 병원을 장악하고 있다는 한 간의 소문을 듣고 나서는 섭섭하기까지 한 이질감이 솟아났다

'하찮은 감정 따위야...'

K는 스스로 되뇌었다.

이사장 대행이 그렇게 도착하고서야 약사 선생은 한숨 돌린 듯했지만, 부재중인 구석 자리의 주인공에게 적잖게 실망한 듯한 표정이 스치듯 지나갔다. K는 약사 선생과 짧은 눈빛을 나누고서는 식당에 주문을 넣었다. 지방 변두리 식당 치고는 꽤나 부담되는 가격대에 메뉴도 변변치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초대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당초 계획처럼 개인적으로 만나서 병원이 채우지 못하는 아쉬운 부분을 채워준 것 같다고 자족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원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겠지..'

K는 조금이나마 불안감을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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