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1일 목요일의 기록
평소에 나는 소개팅을 많이 해주곤 한다. 그러다 보니 느낀 점이 있다. 20대 초반만 해도 사진을 먼저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르다. 어디 사는 누구, 회사는 어디, 몇 살 이런 정보만 주고받는다. 외모보다는 스펙이 먼저다. 처음에는 이게 맞는 것인지, 얼굴 한 번 안 보고 소개팅 받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이유가 있었다. 나이가 들 수록 연애를 위한 만남이 아니라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한 만남으로 목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20대에는 연애 자체를 즐겼다면, 30대에는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원한다. 회사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풀이 좁아진 것도 스펙이 우선시 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학교 다닐 때는 동아리, 과 모임, MT 같은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가 많았지만, 직장에 다니면서는 그런 기회가 확실히 줄어든다. 회사 동료들은 대부분 기혼자이거나 연애 중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 연애를 오래 한 사람들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3-4년 연애한 커플들이 결혼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결국 결혼 의사가 맞지 않아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 30대에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도 이제 진짜 결혼할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썸을 타고 밀당하고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이 낭만적이긴 하지만,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 사람과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이 사람과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까?"보다 우선순위가 높아졌다. 그래서 만나기 전에 기본적인 조건들을 먼저 확인하려고 한다. 나이, 직업, 거주지, 결혼에 대한 생각 같은 것들을 미리 파악하고 만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소개팅을 주선하면 일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각자가 호감이 가면 일단 만나봤다.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긴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만나기 전에 결혼 가능성을 먼저 타진한다.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는 다르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연애할 때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사람이 좋지만, 결혼할 때는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연애할 때는 좋았는데 결혼 생각하니까 불안해서 헤어졌다"는 말을 몇 번 들었다. 연애 감정과 결혼 의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걸 경험으로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처음부터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선호하게 된 것 같다. 감정에 휘둘려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적합한 상대를 찾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로맨틱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혼 후 생활을 고려한 현실적 조건 확인도 당연해졌다. 만나기 전에 주거 계획, 육아 계획, 커리어 계획까지 미리 논의한다. "결혼하면 어디에 살 생각이세요?", "아이는 언제 가질 계획인가요?", "맞벌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같은 질문들이 초기 대화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놀랐다. 이제는 이런 질문들이 어색하거나 성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리 확인해야 할 중요한 사항들로 여긴다.
실제로 결혼 후에 가장 많이 갈등하는 부분들이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이 교육관, 부모님 모시는 문제, 집 위치, 생활비 부담 같은 것들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미리 이런 부분들에 대한 생각을 확인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연애할 때는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 깨진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필수 확인 사항으로 여긴다. 결혼은 감정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많은 현실적 고려사항들이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
연애 스킬보다 생활 파트너 자질을 보는 시선으로 바뀐 것도 흥미로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20대에는 유머 감각이 좋고, 분위기를 잘 만들고, 로맨틱한 사람을 선호했던 것 같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책임감이 있고, 성실하고, 계획성이 있는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 연애할 때 필요한 스킬과 결혼 생활에 필요한 자질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이런 변화를 더 실감한다. 연애할 때는 재미있었지만 결혼 후에는 무책임한 모습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본다. 반대로 연애할 때는 좀 지루했지만 결혼 후에는 든든하고 안정적인 파트너가 된 경우도 본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결혼에는 다른 종류의 매력이 필요하다는 걸 배운다. 그래서 소개팅에서도 "이 사람이 좋은 아빠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을까?", "힘들 때 의지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찾는 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비슷한 사람이다. 극적인 차이나 화끈한 매력보다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원하게 된 것이다. 많은 소개팅에서 생활 패턴이 비슷하고, 가치관이 비슷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 비슷한 사람을 선호한다. 이런 선택이 보수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실제 결혼 생활에서는 이런 유사성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너무 다르면 일상에서 충돌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활 시간대가 다르거나, 돈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거나, 가족관에 대한 생각이 다르면 계속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기본적인 부분들이 비슷한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 드라마틱한 로맨스보다는 평온한 일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하는 것이다.
이력서로 시작되는 요즘 로맨스가 삭막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시간이 한정된 30대에게는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 것 같다. 로맨스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 사랑을 찾으려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