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에서 두보를 만나다(2)

봄의 도시(春城) 쿤밍에 오다

 윈난성 쿤밍은 충칭의 서남쪽 843km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차량을 이용한 도로 이동 시간이 9시간 넘게 소요되니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것보다 조금 더 먼 거리다. 고속철은 4.5~5시간 그리고 항공기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

 지난 4월 17일 충칭 서부역에서 고속철을 이용해 쿤밍에 도착했다. 충칭-쿤밍 간 고속철은 지난 2018년 1월 개통했다. 시속 200km에서 최고 300km의 속도로 달려 충칭에서 쿤밍까지는 5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열차 객실에서 승무원이 가져다 준 라면의 맛이 생소하다. 얇게 썬 소고기가 바닥에 풍성하게 깔려 있고 토마토로 국맛을 냈다. 시장이 반찬이니 맛있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 ㅋ.    

 쿤밍역에 도착하여 플랫폼을 빠져 나오니 충칭시가무단에서 나온 직원들이 우리 부부에게 꽃다발을 안겨주고는 기념 사진까지 찍어준다.    

 우리는 이틀 후인 4월 19일 쿤밍의 <윈난성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무용극 <두보>를 관람하기 위하여 오늘 쿤밍에 왔다. 무용극 <두보>는 충칭시가무단이 자랑하는 대표 작품 중 하나다. 충칭시가무단에서 준비한 차량에 탑승하기 위하여 가무단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터미널 밖으로 이동하는 중에 입구에 서있는 흉상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서 보니 중국 여행의 성인으로 불리는 쉬샤커(徐霞客)다.

 쉬샤커(1587~1641)는 장쑤성 장인(江阴) 사람으로 이름은 홍주(弘祖)이며 샤커(霞客)는 그의 호(号)다. 그는 중국 명대의 지리학자이자 여행가이며 후대에 여행의 성인으로 추앙을 받는다. 21세에 유람을 시작하여 54세까지 33년 동안 중국 각지의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누비며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베이징, 톈진, 상하이, 장쑤, 산동, 허베이, 산시(산서성), 산시(섬서성), 허난, 후베이, 안후이, 저장, 푸지엔, 광동, 장시, 후난, 광시, 꾸이저우, 윈난 등 19개의 성과 시를 유람하며 여행일기인 쉬샤커 여유기<徐霞客游记>를 남겼다.

  그는 52세에 윈난성에 도착하여 쿤밍, 위시(玉溪), 홍허(红河), 추슝(楚雄), 따리(大理), 바오산(保山) 등 윈난성의 많은 지역을 유람하며 윈난성 여행일기<滇游日記>를 썼다. 오늘날 25만여 字가 존재하며 이는 쉬샤커 여유기<徐霞客游记>의 약 40%를 차지한다. 참고로 쉬샤커 여유기<徐霞客游记>는 김은희 전북대 중문과 교수와 이주노 전남대 중문과 교수가 번역을 맡아 세계 최초의 완역본을 냈다고 한다.

  마중나온 3명과 함께 총 5명이 차량에 탑승하여 호텔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눈에 보이는 봄의 도시(春城) 쿤밍은 산의 도시(山城) 충칭의 웅장하고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원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도시다.

 내일은 무용극 <두보>의 한국 공연을 위한 사전 관람을 위해 한국0000협회 관련 인사 6명이 쿤밍공항에 도착한다. 내일부터 이들과 함께 3박 4일의 쿤밍 일정을 소화한다. 한중 간 공연예술의 협력을 도모하는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