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란, 이런 거다
언제인지 도통 기억에 없지만
그나마 확실한 건, 아주 오래전
야구 글로브 두 개를 처음 산 날
아들 손 잡고 운동장에 갈 때
나는 무척 설레었다
아들이 던진 공은 힘이 없어 땅 위에
떨어졌고, 내가 던졌던 공은 아들이
받아내지 못하였다
그 날 이후 오랫동안
야구 글러브 두 개는, 까마득히 잊히었다
나도 아들도 잊어가는 동안 그 위엔
먼지가 쌓이었다
이제 아들이 던지는 공은
빠르고 아주 정확할 테지만, 아들은 나와
놀아주지 않는다
언제인가,
먼지 뽀얀 야구 글러브 두 개가 아들 눈에
띄어 내게 가져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아들이 던지는 공 침침한 내 눈엔
보이지 않아 난 받아내지 못할 것이고,
내가 던지는 공은 도통 힘이 없어
가다가 땅 위를 또르르 구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