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아, 신유진 작가와 나란히 앉아 북토크를 했어.
비 내리는 평일 저녁, 동네 서점에 둘러앉은 이들과의 밀도 높은 담소.
오롯이 너를, 책을, 글을 논할 수 있는 매력적인 경험이었단다.
강산이를 부름으로써 누나가 만끽하는 어떤 안도감에 대해, 평화에 대해 말했어.
그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한 김춘수 시인처럼 누나가 매일밤 네 이름을 부르며 누렸던 안 원함을 독자들과 나눈 거야.
아무것도 아닌 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간과 돈을 지불한 이들이 귀를 기울였어.
‘책’이라는 매개로 맺어진 인연은 언제나 곱잖아.
사람 사이 유대관계가 잉태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하게 돼.
지나가는 시각장애인 1이 아닌 저자로서 독자를 만나는 감격.
너무 소중하구나.
이 또한 강산이가 누나에게 주는 선물이야.
세상에 모든 부모는 자녀가 태어나는 순간, 울음소리를, 엉금엉금 기다가 기저귀를 떼고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는 그 면면을 기억하잖아.
내 부모님께 누나의 역사는 태동의 감각부터였을까?
직장 동료와는 성인이 되어 특정 조직에서 최초 관계를 맺고, 친구는 같은 시기를 성장하기에 늘 푸르고, 한 번 형제자매는 영원한 형과 아우잖아.
그러니까 내가 맹인이 되어 알게 된 사람들에게 누나는 태초부터 못 보는 사람인 거야.
더듬더듬 걷는 모습이 당연한 사람.
남편도 딸아이도 눈 감은 내가 익숙해.
오히려 누나가 비장애인처럼 걷고 먹고 말하면 내가 아닌 것처럼 느낄 수도.
독자들 앞에 저자로서 발언하는 경험이 꿈같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나의 생각과 삶을 총총한 시선들이 바라봐.
눈물과 웃음이, 무엇보다 체온을 나누어 가진 듯 한 훈훈함이 마냥 좋더라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어.
읽고 쓰고 말하고 들으면서 가슴 깊은 곳의 상처가 아문다.
네 이름을 부를 때 누나 가슴에는 사랑이 차올라.
고마워요, 강산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