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와 나누고 있나요
인간은 외로움의 동물일까?
지난 1년간 많은 사람을 알게 됐다.
미혼 동성 모임부터 러닝 모임, 고양이 모임, 다양한 아웃도어 행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스쳐 지나가고 여전히 연락이 이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룹에서 도태되는 사람.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사람.
스스로 가볍게 여기며 떠나가는 사람.
이어진 인연을 어떻게는 붙잡는 사람.
어떻게든 외로움을 채우는 사람.
각자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 그곳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았나.
나 스스로는 쿨하게 잠깐 머물다 지나치는 유랑객이라고 여겨왔지만, 실제로는 외로움에 허덕이며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는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자 발악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나는 쿨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나는 미련 없이 즐기는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나를 어필하며 드러내지 않았나.
건강이슈로 1년간 어둠 속에서 허덕였고 그 속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발버둥 쳤던 건 아니었는지,
그렇다면 오히려 잘 된 선택인 건지.
그렇게 많은 마음을 나눈다고 했지만 나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은 채로 탐색만 했던 건 아닌지.
나를 알던 사람들은 다들 날 보고 잔잔한 바다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잔잔한 사람인가..? 내가 그렇게 비치는 건 그들을 위한 희생이었을까? 내 본질이었을까?
항상 남들이 말하는 나를 듣고 있자면 물음표가 뜬다. 그건 어떤 나일까.
그리고 일단 부정한다.
'아니다 나는 그렇게 감정표현을 해내고 싶은 사람이 없었을 뿐이고,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내어 또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은 방어기재일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다는 다시 '나'란 인간을 다시 정립한다. 상처받지 않게 더 과하지 않게 따뜻함을 덜어내고 냉정함 두 스푼을 얹어 다시 설정한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곳으로 뛰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부터 주위에서 정의하는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엄마 같은, 바다 같은, 듬직한, 1등 신붓감, 완벽한.
나는 나를 얼마나 가두고 살았던 걸까? 바꾸고자 해도 이 기질과 본성은 바뀌지 않는 걸까?
저 모습들로 상처받았던 날들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했던 걸까?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더 편해했던 것일까? 정의되지 않은 나 자신으로 자유롭게 보이는 상황을 찾아다닌 것 같다.
날 얽매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네가 알던 나를 잊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중에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생겼으며
붙잡는 사람도 생겼으며
정을 주지 않으려 했으나 그렇게 정이 붙어버린 사람도 생겼다.
그렇게 그 사람들 속에서 내가 사람을 보듬고 챙기다 보니 이제는 누군가 나를 챙겨줬으면, 보듬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편드는 한 사람만 있어도 삶에서 도망치지 않을 수 있어. 살려는 용기가 우리의 무기
갑자기 일주일 내내 누군가를 보고 싶다는 에너지가 어디서부터 솟아났을까?
이번 주에 3번의 만남이 잡혀있다. 상대방에게 나는 외적, 내적으로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꾸미지 않은 내 모습을 보여주고 어필해보고 싶다.
하지만 첫인상을 잘 믿지 않는 나로서는 호감이 생겨도 3번은 봐야 마음이 움직일 듯 말 듯, 상대가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겨우 발걸음을 떼기 때문에 안 봐도 비디오긴 한데..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해 본다.
나는 나름 나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요?
나를 위해 누군가 마음 써줬으면 좋겠어.
나를 위한 식사를 준비해 주고, 저녁을 챙겨주고 건강을 챙겨주며 걱정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급 우울할 때나 현타가 올 때, 급 혼술이 당길 때 같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오르락내리락해도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 조그마한 손 편지를 써주고 길 가다가도 내 생각에 꽃 한 송이를 쥐어줬으면 좋겠어. 사소한 안부 연락과 뭘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애정 가득 본인의 일상을 전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나 또한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으로 다 해주고 싶어. 내 온 마음을 나누고 싶어.
애교 섞인 애정표현과 무장해제된 웃음, 효율을 따지지 않는 넘치는 마음 같은 거 말이야.
지금은 너무도 따지는 게 많아졌고, 눈치 보는 것도 많아지고, 현실에 부딪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안다.
또 한 사람을 짧게나마 떠나보내며 나는 얼마나 노력했나 돌아보게 되고, 그러다 ‘그래- 이렇게 일찍이 포기하기에 나는 나름 괜찮은 사람이니까.‘ 노력 한번 해보자고 생각을 고쳐먹게된다. 해봐야지. 후회 없이.
일단 해보고 그 다음을 생각하자. 환상 말고 현실에서 이어 나가보자.
최근에는 미처 연락하고 싶었으나 수년간 연락하지 못했던 존경하는 직장상사분께도 연락드리게 되었고 급 얼굴을 보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시간이 났고, 계속 주중에 사람을 만났던 터라 피곤함보다 이때가 타이밍인가 싶었다. 사람을 또 자주 보다 보니 이렇게 긍정적인 용기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내 연락을 기다렸다는 상사분과 오래간만에 회포를 푸는 그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하고나면 별거 아닌 것을 뭘 그리 망설였을까-
이렇게 또 숨 쉬게 되니 미루던 것이 생각나고 복잡해지고 잡생각이 많아진다. 그렇게 살아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