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내 것이지만 내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브런치 작가 지원을 하고 세 시간 정도 후에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수도 없이 타의로 자의로 무언가를 포기하고 상실해야만 했던 나의 상심 가득한 삶에 한 줄기 희망이 내려오는 소리였다. 현재로서는 브런치 작가로 승인된 것이 현재 내가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성취였고 나는 기나긴 절망의 현실을 뒤로한 채 잠시라도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다. 하지만 되려 기쁘지 않았다. 이건 너무나도 작은 걸음마도 아닌 이제 막 탄생한 거니 앞길이 막막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래도 암울하고 어두컴컴한 나의 동굴 안에서 내 곁을 지켜준 이들에게 고마움 마음으로 얼른 알리고 싶었다. 더 기쁜 일인 척 까마득한 먼 미래의 달콤한 상상도 해보았다. 미리 설레발을 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 신나는 소식을 각인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글이라는 게 자동으로 써지는 것이 아니고 나의 아픔, 슬픔, 고독을 갉아먹고 써지는 것이니까. 생각을 언어체계로 하니까 글을 쓰는 게 쉬울 거 같지만 글은 써 내려가는 것보단 (요즘은 키보드를 쳐내려 가는 것이지만)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여 눈물을 토해내는 행위에 가깝다. 모든 창작행위는 그러한 거 같다. 나의 서글픈 포효. 들어주는 이 없는 소리 없는 아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힘든 과정을 마주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글을 써 내려가 본다.
메아리치는 동굴 속에 있으면 칡흙 같은 어둠이라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 시간도 공간도 삼켜버린 그런 영원히 끝날 거 같지 않은 어둠. 그 속에서 나를 구원하는 것은 온전한 나의 몫이다. 그리고 매 순간이 버겁다. 일 인분만 하면 되는데 일 인분이 버겁다. 그래도 브런치 고마워요. 글을 쓸 수 있게 해 줘서. 앞으로는 더 갈고닦은 글을 써 내려가보겠어요. 이건 온전히 내 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