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8 한

by soripza

다시 찾아온 토요일. 일주일을 보냈으니 오랜만에 또 밖에 나가기로 했다. 오전에는 미리 가족과 합의해서 영상통화를 하기로 했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와 말을 할 때는 주로 일적인 것들 (유학원과의 진행현황)을 말하게 되고, 엄마와는 건강이나 오늘 뭘 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된다. 나는 아빠가 가족 모두가 되는 시간대를 말씀하신 줄 알았는데, 동생은 밖에 나가있어서 보진 못했다. 나중에 카카오톡으로 따로 영통을 하기로 한건 안비밀. 그래도 가족과는 일주일에 한 번은 도의적으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바빠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주말동안은 매우 덥다고 했다. 내가 하필 가장 더운 두 시에 나와서 그런걸지는 모르겠지만, 햇빛이 너무 쨍쨍해서 반팔에 반바지에 샌달을 신고 나갔다. 앱에서는 32도라고 한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높은 것 같았다. 7월 부터 들어갈 집이 호텔 근처에 있어서, 처음에는 그곳까지 향했다. 걸어서 이십 분 쯤 가니 그곳에 집이 있었고 나는 천천히 밖을 살펴봤다. 예전에 홈페이지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외벽 칠도 새로한 것 같았고, 뭣보다 동네도 깔끔하고 좋았다. 이제 이주후에는 이곳에 들어와 살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했다.


그리고 그 길로 또 걸어 프라이탁 매장에 가보기로 했다. 중간에 너무 더워서 2유로를 주고 병맥주 500ml를 사마시면서 갔다.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던 압구정와 이태원의 프라이탁과는 달리, 베를린의 프라이탁 매장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별로 없는게 아니라, 나 혼자 였다. 근데 내가 들어오자 곧 사람들이 막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동전 지갑이 필요했고, 30유로를 주고 하나를 샀다. 이전에 산 지갑과의 깔맞춤을 위하여 빨강/파랑이 사선으로 들어간 디자인을 선택했다. 이로써 돈과 관련된 나의 애국에디션이 완성됐다.


근데, 걷다가 발이 불편함을 느꼈다. 샌달을 다시 고쳐신어도 같았다. 문제는 샌달이 아니라 내 발이었다. 헐렁하다 보니 장시간 걸어서 살이 쓸렸고, 조금만 더 무리하면 물집이 차오를 것 같았다. 원래 내 생각은 도시 중심지까지 오고, 미술관 하나 쯤을 가는 것이었는데 계획을 급히 수정했다. 그냥 카페에 들어가서 발을 쉬게 해주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것으로. 중심가 카페에서 그런지 값이 비쌌다. 그래도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곳이여서 외국에서는 잘 안파는 차가운 라떼를 시킬 수 있었다. 한국에는 얼죽아아 있지만, 독일은 덥든 춥든 뜨아밖에 선택권이 없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라떼와 곁들어 먹을 사과파이를 하나 시키고 밖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참새들이 날아왔다. 내가 있어서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한국의 그것과는 다르게 우람했다. 내가 부스러기를 바닥에 떨어뜨리자 기다렸던 것처럼 달려들어 그것을 먹었다.


숙소에 다시 들어온 것은 다섯시쯤. 남은 시간에는 베를린에 있는 영화관들을 알아보며, 혹시나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을 하는 곳이 없는지 봤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없었다. 그래도, 이 도시에 있는 영화관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가고 싶은 영화관과 보고 싶은 영화 두 개를 정했다. 다음주엔 이렇게 두 편의 영화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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